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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 △깊어지는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 △유럽·중국 등에서 높아지고 있는 정치리스크 △갈피를 잡기 힘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결과 등 글로벌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복합위기’ 속 재계 오너가 3·4세 경영인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구원투수로 속속 나서고 있다. 승진 또는 역할 확대를 통해 리더십을 강화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7일 회장직에 올랐다.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승진이라는 상징적 이벤트를 통해 내부 안정성을 제고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 회장이 앞으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주력 업종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이 급감한 상태다. 100조원 넘게 쌓아둔 현금을 어디에 쓸지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협력회사를 찾아 ‘상생’을 강조했다. 앞으로는 베트남 등 해외 출장 일정을 다수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3세 경영 체제’가 완성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그룹 체질을 개선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등을 통해 그룹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ESG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단순히 자동차를 넘어서는 종합 모빌리티 회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가 4세인 구광모 회장은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3세 경영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힘을 집중시킨 것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대표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 역할도 함께 수행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 범삼성가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롯데가 3세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등도 점차 존재감을 확산해나가고 있다. 정기선 사장은 최근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피터 틸 공동 창업자 겸 회장과 만나 신규 사업 추진과 경영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총수 일가의 책임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경영자(CEO) 차원에서는 보수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지만 오너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과 SK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게 된 것 역시 ‘총수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만 이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상당하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법,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 등 입법·사법 리스크까지 신경 써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주력사 지분을 증여받는 동시에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이혼소송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CJ그룹과 한화그룹은 아직 3세 리더들이 지분을 충분히 지니지 못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한화 지분을, 이선호 경영리더는 지주사인 (주)CJ 지분을 늘려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