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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와 공매도 금지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위축된 투자심리가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미국발 금리인상 등 대외적인 악재가 원인인 만큼 시장의 추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수들이 해소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실제로 증안펀드가 가동되지 않는다고 해도 정부가 시장 안정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는 측면에서 단기적인 투자 심리 개선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코스피 2100선 회복...외인 2000억원어치 샀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3.89포인트(2.5%) 오른 2209.38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34.02포인트(1.58%) 오른 2189.51에 개장 후 장중 내내 2200선을 유지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8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067억원, 14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시장도 전 거래일 대비 24.14포인트(3.59%) 오른 696.79에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326억원, 59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181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7원 내린 1426.5원에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가 상승 마감한 것은 영국이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소득세 최고세율 45% 철폐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 이 영향으로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66% 오른 29490.89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59%, 2.27%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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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 추이. |
◇ 10조 규모 증안펀드 투입 및 공매도 금지안 부상
여기에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를 재가동한다는 소식도 투자심리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새출발기금 출범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매도 금지, 증안펀드 투입 등과 관련해 "전문가들과 이야기해 봐야 한다"며 "다들 걱정하고 있으니 우리도 긴장해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증안펀드 가동 관련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금융시장을 주시하며 전문가들과 시장 안정 조치를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증안펀드는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됐을 때 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할 목적으로 증권사, 은행 등 금융사와 유관기관들이 마련한 기금이다.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폭락하자 금융당국은 10조원 넘는 규모의 증안펀드를 조성했지만, 증시가 반등하면서 실제 투입하지는 않았다. 이날 코스피가 2% 넘게 반등하긴 했지만, 미국발 금리인상 등 대외적인 불안 요인들이 상존하는 만큼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증안펀드, 공매도 금지 등을 실제로 가동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검토 중인 것만으로도 불안정한 투자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각각 12조1123억원, 11조6780억원어치를 매도한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26% 넘게 급락했다. 당국이 검토 중인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는 올해 들어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물량에 육박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안펀드는 시장의 바닥을 모색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단기적 투자심리 안정 긍정적...공매도 금지 투기세력 유입 방지 효과"
당국이 증안펀드 도입과 함께 공매도 금지 카드를 검토 중인 것도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공매도와 주가 하락 간에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지만, 만일 증안펀드를 가동하는 동시에 공매도는 허용할 경우 현재 주가 수준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투기세력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펀드 가동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급만으로 코스피 하단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실효성은 분명 있다"며 "만일 증안펀드만 가동하고,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는다면 투기세력들의 공매도 물량이 급증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증안펀드가 단기적인 투자심리 개선에는 긍정적이나,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긴축, 달러 강세 등 국내 증시를 둘러싼 각종 악재들이 해소돼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또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과거 4번의 증안펀드 집행 및 발표 사례 가운데 3번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증시의 추세가 바뀐 근본적인 원인은 2008년 미국 연준의 개입, 2020년 미국 재정 정책 통과 기대감 등이었다"며 "단기적인 수급 효과를 기대하되, 시장 추세 변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매크로 악재들이 해소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