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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수요 감소로 D램과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도래한 정보기술(IT) 특수를 타고 유례없는 초호황을 누려온 반도체 수탁생산업계에까지 업계에까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갖춘 TSMC와 삼성전자는 성장세 둔화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일부 수주가 취소되면서 가동률이 감소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를 311억9700만달러로 집계했다. 전분기와 비교해 3.9% 증가했지만 지난 1분기 시장이 전분기 대비 8.2% 성장했던 점에 비추면 속도가 정체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1분기 기록한 1% 이후 성장률도 가장 낮다.
파운드리 업계 성장세가 부진한 원인은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기기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트렌드포스는 "전반적인 가전제품 수요 약화에 따라 고객사가 재고를 줄이고 있다"며 "주문량 감소는 가전제품에서 아이폰을 제외한 스마트폰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 3분기로 접어들며 주문 취소와 가동률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올해 반도체 팹 장비 투자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올해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9% 증가한 99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지난 6월 밝힌 전망치 1090억달러에서 100억달러가 줄어든 수치다. 반도체 기업이 경기 침체로 투자를 미루는 탓에 장비 출하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업계 선두인 TSMC에서 가동률 감소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증폭되고 있다. 때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올해 2분기까지 TSMC 설비가 ‘풀가동’에 돌입했지만 경기 침체로 하반기부터 다수 기업이 수주를 취소하면서 가동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선단 공정을 운영하는 TSMC와 삼성전자로 반도체 주문이 쏠릴 것이란 예상과 정반대 분석이다.
◇ 가격 내림세 가파른 메모리 시장
메모리 반도체는 이미 가격 내림세가 현실화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개인용컴퓨터(PC)에 탑재되는 D램 범용제품 고정거래 가격은 2.85달러로 전월 2.88달러 대비 1.04% 줄었다. 2020년 12월 말에 기록한 2.85달러 이후 가장 낮다.
D램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해 7월 4.10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10월 3.71달러, 이듬해 1월 3.41달러 순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낸드플래시도 거래 가격이 지속 줄고 있다. 메모리카드에 탑재되는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8월 평균 4.42달러로 전월 4.49달러 대비 1.67% 줄었다. 6월(3.01% 감소)과 7월(3.75% 감소)에 이어 하락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평균 15%에서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을 공급과잉 상태로 진단하며 "고객사가 재고정리에 나서면서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이 가격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D램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올해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10%에서 최대 15%까지 하락한 뒤 4분기에는 하락세가 13%에서 18% 사이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로 엔비디아, 퀄컴 등 중요 고객사를 중심으로 주문이 감소해 파운드리 선두권 업체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이미 있었다"며 "시스템반도체도 재고 수준이 높은 상황이라 선두 파운드리 업체도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