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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코스피가 3% 넘게 폭락하며 2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30원을 상회했다. 코스피 지수는 2220선으로 떨어지며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긴축재정 등 악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별다른 호재가 보이지 않아 연말까지 강달러·약세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코스피 밸류에이션 하락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저가 매수 등으로 단기적 상승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주식 비중 축소는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31.30원을 기록해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9시 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9.7원 오른 1419원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상승세를 계속해 결국 1430원대를 넘어섰다. 종가 기준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0원) 이후 약 13년 6개월여 만이다.
국내 증시도 함께 무너졌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69.06포인트(3.02%) 하락한 2220.94로 마감했다. 기존 저점이었던 지난 7월 6일(2292.01) 이후 약 2개월 만에 연중 최저점을 경신한 것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36,99포인트(5.07%) 하락한 692.37으로 마감해, 지난 2020년 6월 15일(693.15)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선을 밑돌았다.
주요국의 긴축 재정이 계속되며 달러 강세와 증시 약세도 장기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유럽 에너지 수급 위기,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2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부분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 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주 금요일 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발표한 감세 정책으로 대규모 영국 국채 발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였고, 이것이 달러 강세를 더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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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원달러 환율 추이. |
증권업계에서도 이같은 달러 강세와 증시 약세가 예상외라는 반응이다. 당초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밴드 하단으로 2280∼2300을 제시했지만 단 하루 만에 이를 깨버리고 말았다. 키움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예상치를 2200∼2350으로 잡았다.
이에 올 연말까지 약세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예상됐던 금리 인상을 선반영한 코스피 지수가 기존 저점을 재확인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바닥이 깨지면서 극대화된 비관 심리로 추가 하락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주요 관건인 상황에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강경하고, 이외 별다른 반등 재료가 보이지 않아 당분간 국내 증시가 추세적 반등으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예고했지만, 환율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증시 저점이 깨진 상황에서 추가적 하락을 거친 후, 연말까지 박스권 내에서 변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 7월 기존 저점 당시에는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주식 비중 축소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시 환경이 어렵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낙폭이 과다해 저가 매수를 노린 일시적인 수급이나 미미한 호재성 재료만으로도 약세장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치가 하향 중인 상황이지만, 코스피 후행 PBR은 현재 0.9배로 역사적 밴드 하단에 도달했다는 점은 지수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며 "현재 코스피는 월봉 상 120월선 레벨(2240선)을 하회했는데, 이는 IMF, 닷컴버블, 팬데믹 등 시스템 리스크 사태였다는 점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