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거래소 직원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고공행진하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8월16일~9월16일)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는 23.92% 떨어졌다. 같은 기간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도 23.75% 떨어졌다. 두 상품은 유럽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선물 값을 추종한다.
글로벌 탄소배출권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와 ‘SOL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도 한 달 새 각각 14.48%, 13.29% 빠졌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4.99% 하락했다.
탄소배출권 ETF는 올해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새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일정 배출권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전 세계 정부의 환경 규제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각 기업은 할당량에 따라 탄소를 배출해야하는데 이를 넘기면 탄소배출권을 사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ETF는 해당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한다. 최근 ‘저탄소’ 가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 잡으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탄소 배출권 관련 금융 상품에 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 여파로 국제 탄소 배출권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권 가격과 연동된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도 일제히 역대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0% 감축 목표를 제시한 IRA가 시행될 경우 탄소배출권 거래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그러나 전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의 70%를 차지하는 유럽 내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지난 9일 기준 영국 런던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럽탄소배출권 12월물 선물(CFI2Z2) 가격은 66.19유로로 연중 최고점이던 9월19일(98.43유로) 대비 32.75% 하락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 공급량 축소로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이 겨울철 에너지 대란을 우려해 가스 사용을 줄이기로 한 탓이 크다.
전문가들은 영국 등 전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권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만큼 중장기적 성장 가치는 충분하다고 봤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팀장은 "탄소중립 기술이 자리 잡을 때 까지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20~30년간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분야"라고 말했다.
올 연말까지 탄소 배출권 ETF 전망이 나쁘지 않지만, 탄소 배출권은 각 정부에서 공급하는 만큼 개입 등으로 인한 조정도 가능해 공격적 투자는 지양해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강대승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급등 후 하락 조정을 거쳤지만, 올 겨울까지 난방 등 화석 에너지 수요량이 늘어나며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연합(EU) 경기 둔화 우려는 전쟁 이후 가중됐지만, 배출권 가격이 일정 수준을 유지한 것은 공급량 조절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때문인데, 탄소배출권 특성상 정부 개입에 따라 조정폭이 큰 만큼 신중하게 투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