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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증권사 실적이 올 3분기에도 줄어들 전망이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위축 여파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올해 연말까지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등 하반기 실적 부진을 대비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주요 상장 증권사 6곳(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합산 추정치는 1조38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315억원) 대비 31.68%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별로는 삼성증권이 전년 동기 대비 42.2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미래에셋증권(-37.94%), 한국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34.54%), 키움증권 (-30.91%), NH투자증권(-21.32%), 메리츠증권(-14.03%) 등 순이다.
이들 증권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2% 감소한 1조1160억원으로 추정된다. 증권사 별로는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의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올 3분기 순이익은 224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7529억원) 대비 70.2% 쪼그라들 전망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상장에 따른 지분법 처분익 5500억원이 반영되면서 순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44.1%), 삼성증권(38.6%) 등도 순이익이 30% 이상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사의 실적 부진은 영업 환경 악화가 지속된 탓이다. 전 세계적으로 긴축 기조가 계속되면서 주식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줄었다.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코스피, 코스닥, ETF 합산)은 15조4000억원으로 2020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PF도 부실화될 기미를 보이면서 3분기 실적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올해 10대 증권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총 3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채무보증은 부동산 PF 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PF는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경기 호조와 자본력 확대로 부동산금융 관련 IB 수익을 크게 증가시켰다.
증권사는 부동산금융 비중이 늘어난 만큼 익스포저(위험 노출)도 크게 증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규모는 44조7000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발부채 28조4000억원, 대출채권 7조2000억원, 펀드 9조2000원 등이다. 현재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조1760억원,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24조6675억원이었다. 잔액과 연체율은 지난해보다 각각 16%, 5% 가량 증가했다.
전문가들도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금융 위축에 따른 IB 부문의 성장 둔화와 부동산, 비시장성 자산의 평가 손익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며 "당장 부실 문제가 되지는 않고 있지만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증권사 실적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리스크 대비를 위해 비상경경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임원 월급 중 20%의 지급을 유보했다. 지원, 영업 부문에서 각각 20% 업무추진비를 줄이면서 올해 말까지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 전반의 수익창출 능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부동산 익스포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수익성·건전성 및 유동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증권사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