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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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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전, 재생에너지 경매방식 직접 구입 추진…발전사 구매 의무 벗어날 듯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13 17:00

RPS 전력 구매 시장 재편 전망…가격 하락·의무비율 축소·보급 속도조절 불가피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주체, 발전사서 한전으로 바뀔 듯



구매시장 통합·가격 단일화로 기존 현물·계약시장 등은 점차 사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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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지난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RPS 제도개편 방향 설명회’를 사업자를 대상으로 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전력거래 시장의 경매시장 전환을 검토 중이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전 공기업 등 대규모 발전사를 거치지 않고 경매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제도가 도입될 경우 발전 공기업 등 대규모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 구입 의무 부담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하락이 가속화하고 정부의 보급 확대 속도조절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발전 공기업 등 대규모 발전사들은 현재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 따라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그 비용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비를 한전으로부터 정산 보상받는다.

그러나 한전이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하면 발전사의 REC 구매 비용을 정산하는 중간 단계가 없어진다. 한전은 RPS 대상 발전사 전체의 발전량 중 일정 의무비율 만큼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한다.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REC를 더이상 구매하지 않고 자체 설비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전력 판매 사업자로서 역할만 하면 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주체가 발전사에서 한전으로 바뀌는 셈이다. 발전사들은 현재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체 설비를 갖추거나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REC를 사오고 있다.

한전이 경매를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하면 경쟁입찰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정부 내에서 신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이 최근 연료비 고공행진 속에서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인책 축소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3일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지난 7일 업계 대상으로 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설명회 발표자료를 통해 "RPS 도입 이후 약 10여년이 경과된 시점에서 거대 발전사에게 의무공급량을 할당하는 RPS 제도의 성과와 한계점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RPS의 경매제도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까지 경매제도와 관련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RPS 의무비율을 축소할 계획도 발표됐다.

센터는 경매제도를 중장기적으로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경매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간한 ‘신재생에너지 RPS제도 개선을 위한 경매제도 도입 방안’ 보고서를 통해 제도 방향을 예측해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만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보하기 위해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실시하면서 경매시장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 구매자는 한전으로 일원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전력 시장에서 사업자간 경쟁을 강화해 가격 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서는 경매시장을 통해서 △두 개로 나눠진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계통한계가격(SMP)+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하나의 가격으로 단일화 △한국수력원자력 등 거대 발전사를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해 확보하는 수요자와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해 판매하는 공급자 역할을 동시에 하던 것을 공급자 역할만 하도록 전환 △현물시장, 계약시장, 자제계약 등 복잡한 시장 하나로 통일 △주민 수용성 확보, 규제·인허가 개선, 계통접속 보장 등 공급의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 등 거대 발전사가 신재생에너지 전력 시장 중간에 끼어 있어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생산한 전력을 SMP로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한전에 판매했다. 생산한 전력만큼 발급받은 REC는 대규모 발전사에게 판매했다.

거대 발전사들은 RPS 의무비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확보했다는 인증을 받기 위해 REC를 구매해야 했다. 대신 REC 구매 비용은 한전을 통해 정산받았다.

그러다 보니 신재생에너지 전력 시장 가격은 SMP와 REC 가격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현물시장과 계약시장, 자체계약 시장에 따라 가격도 다르고 판매 방식도 달라 사업자들 혼란을 일으켰다. 거대 발전사들도 REC를 구매할 때 발전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민원이 다수 발생하는 등 행정적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시장이 도입되면 시장이 단순화되면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전력 가격 하락의 촉진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경매시장은 신재생에너지 가격을 시장에서 정하는 매커니즘으로 생산 비용이 조금 더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대 발전사가 REC 확보 의무가 사라지면 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파악됐다. 경매시장으로 판매가격이 하락하면 가뜩이나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기 위한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데 사업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정부의 2030년 전체 발전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 21.5% 달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준신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장은 "아직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경쟁하면서 스스로 살아남기에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기업들이 경매시장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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