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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올 겨울 천연가스 수급 문제 없나?...비축량 감소 속 '유럽'이 변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10 15:13

- 산업부 "수급 문제없다"지만...전문가 "유럽 등과 구매경쟁 땐 차질 빚을수도"



- "신규 석탄 등 다른 발전원 활용 확대 방안 등 대응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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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LNG터미널 전경. 한국가스공사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글로벌 에너지위기에 올 겨울 우리나라의 액화천연가스(LNG) 안정적 수급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언론들에서 비축량이 올 겨울 열흘치 수요량에 못 미치는 137만t까지 줄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산업통상자원부가 하절기 수급에 전혀 차질이 없다고 반박하는 등 사전 대응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너지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과 LNG 도입 경쟁이 발생할 경우 안정적 도입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원전과 석탄화력 등 다른 발전원 활용 계획 등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산업부는 "여름철 폭염 등에 따른 국내 천연가스 수요 증가로 한국가스공사의 LNG 재고가 예년보다 다소 낮은 것은 사실이나, 현재 가스공사 재고는 약 34% 수준(181만톤)으로 하절기 비축의무량(약 91만톤)을 상회하고 있고, 기 확보 물량 및 도입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동절기 시작 전인 11월에 가스공사의 LNG 재고가 만재재고(저장시설의 약 90%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난 4월부터 현물구매 등을 통해 적극 확보하고 있으며, 7월에만 약 345만톤의 물량을 추가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 산업부 ‘수급 안정’ 자신하지만 유럽과 LNG수급 경쟁으로 불확실성 높아


다만 산업부가 ‘예년보다 낮은 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소상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 불안감을 남기고 있다.

이에 대해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그렇게 확보한 물량이 34%라는 것인데 2020년(79%), 2021년(53%)과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라며 "예년수준의 더위로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면 LNG 구매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는 최근 LNG 수급 현황 점검회의를 열어 올해 도입해야 할 LNG를 3883만t에서 4125만t으로 242만t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계획 대비 도입 부족분과 추가 수요 증가분 등을 합쳐 올해 추가로 957만t의 LNG를 구입해야 국내 수급을 맞출 수 있다고 산업부에 보고했다.

최 대표는 "가스공사가 대규모 LNG 추가 구매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LNG 가격이 최근 2년 새 20배 넘게 폭등한 데다 기존에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던 유럽까지 적극적으로 새로운 루트로 LNG를 구매하려고 할 것이며 이는 한국의 구매가 더 어려워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물량 확보계획은 비밀이라고 하기에 여전히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는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북미산이나 중동산 LNG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으로선 LNG 도입 경쟁이 치열해지게 된 것이다. 또한 국제시장의 높은 LNG 가격을 고려할 때 국민의 가스요금 부담 경감을 위해 LPG 혼소를 시행하고 있으며, 산업용 연료대체, 다른 발전원의 적극적인 활용 등을 통해 천연가스 수요를 절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 석탄 등 다른 발전원 활용 확대 적극 고려해야


독일 정부는 지난달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차원에서 석탄 사용을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LNG 공급 축소에 대응해 석탄 의존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 생산에 가스가 덜 사용돼야 한다"며 "대신 석탄화력발전소가 더 많이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동하지 않은 채 예비전력원으로 남겨뒀던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재가동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가스를 판매하는 경매 시스템을 실시해 천연가스 소비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도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이 전력예비율 추락에 대비해 원전 활용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문을 닫은 석탄화력발전소 1∼2기도 재가동을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와 달리 원전 활용 확대를 천명했으며 석탄화력도 발전설비를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노후 석탄화력을 예비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는 여름·겨울 최대전력수요 기간에만 가동하는 콜드 리저브(cold reserve) 방식과 가동을 중단한 채 비상상황 시에 언제든 가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휴지보존 방식 등이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노후 석탄화력이 폐지될 때 정부와 발전사업자가 폐지설비에 대한 활용방안을 고민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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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설비용량 비중 전망. 산업부


지난 정부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라 2020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저발전원인 원전과 석탄의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발전공기업을 대상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LNG 발전소 대체건설을 추진했지만 각종 민원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업계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석탄화력발전소는 유지·보수를 거쳐 50년 이상도 사용할 수 있는데 30년만 쓰고 폐쇄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라는 국제적인 약속을 준수하고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2050년까지 석탄발전 전면폐쇄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에너지위기와 이에 따른 LNG가격 폭등에 학계는 물론 정부와 산업계에서도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석탄발전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폐지한 석탄화력발전소의 평균수명은 52년이고 설비용량은 대부분 100㎿ 규모"라며 "30년이 채 안 된 설비용량 300㎿ 이상의 석탄화력은 폐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석탄화력발전이 친환경 발전으로 대체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신재생·화력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구체적인 로드맵과 대안을 논의한 뒤 최적의 방법과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석탄발전의 경우 각 설비의 폐지시기에 맞춰 활용방안을 고민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연말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발전설비 비중(에너지믹스)는 정말 신중하게 구성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0차 전기본에는 2036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치와 수요관리 정책을 통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전력수요, 전원별 비중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의 경우 30% 이상 비중 확대를 천명했지만 다른 발전원의 경우 구체적인 수치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가 LNG 구매에 차질을 빚을 경우 다른 발전원의 활용이 적시에 이루어지려면 해당 에너지원의 수급 또한 원활해야 한다"며 "석탄의 경우 톤당 400달러가 넘어간 상황에서 유럽이나 다른 대륙 또한 대체발전원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수출국들이 수출 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LNG 구매가 잘 안되면 그 때 다른 방안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언급한 모든 조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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