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3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우크라 곡물 수출 열리자 글로벌 식량 가격 대폭 하락…수출 물량 더욱 늘어날 듯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07 11:12
UKRAINE-RUSSIA-CONFLICT

▲밀(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글로벌 식량 가격이 약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양국이 흑해 항만을 통한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데 합의했고, 상당수 품목의 수입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이런 와중에 최근엔 전쟁 발발 이후 외국 국적의 선박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입항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올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

FAO는 1996년 이후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해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집계해 발표한다.

이 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역대 최고치인 159.7까지 치솟았다가 6월까지 3개월 연속 조금씩 하락했다.

7월에는 5개 품목군의 가격지수가 모두 내려가면서 2008년 10월 이후 전월 대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곡물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1.5% 하락했다. 흑해 항구 봉쇄 해제 합의와 북반구의 수확 진행 등으로 국제 밀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전체적인 곡물 가격 하락을 견인했다.

지난달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식량 수출이 개전 5개월여 만에 극적으로 재개됐다. 흑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가 함께 구성한 공동조정센터(JCC)가 수출입 절차 전반을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유지류 지수는 19.2% 떨어졌다. 팜유는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공급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두유는 지속적인 수요 저조에 따라, 유채씨유는 신규 수확량의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각각 가격이 하락했다.

육류 지수는 전월보다 0.5% 하락했다. 쇠고기의 경우 주요 생산국의 수출 여력이 커져서 가격이 내려갔고, 돼지고기는 전반적인 수입 수요가 저조한 이유로 가격이 내려갔다.

반면 가금육은 수입 수요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북반구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영향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주요 수출국의 작황이 개선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저하 가능성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6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가격이 하락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제분, 사료, 전분당, 대두 가공 업계는 올해 10∼11월까지의 사용 물량을 재고로 두고 있다"며 "업계는 단기적 수급 문제는 크지 않으나 주요 수출국의 작황을 지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외국 국적의 선박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입항했다.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더욱 늘어날지 주목을 받는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바베이도스 국적의 일반화물선 풀마(Fulmar) S호가 곡물을 운송하기 위해 초르노모르스크항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선박은 이곳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싣고 터키 이스켄데룬항으로 향할 예정이다.

쿠브랑코우 장관은 "이번 일은 (곡물 선적 거래가) 안전하고, 가장 중요하게는 선주한테 수익성 있는 사업 기회라는 것을 시장에 알리는 중요한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우리 항구가 더 많은 선박을 받아 처리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며 "특히 2주 내에 하루 최소 3~5척의 선박이 이용 가능한 수준까지 역량을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궁극적으로 흑해 항구를 통해 한 달에 곡물 300만t을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부연했다.

같은 날 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곡물 수출 재개는 긍정적이지만 안보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도발과 테러 위협은 남아있다"면서 "그러나 우리 파트너들이 각자 책임을 다하고 공급 안정을 보장한다면 전 세계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