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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고조...재계 ‘투자시계’ 멈칫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7.19 16:15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 보류···4조3000억원 규모



LG엔솔 1조7000억원 美 공장 투자계획 전면 재검토



고환율·고금리에 ‘1000조원대 투자 보따리’ 성사 여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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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1000조원대 ‘통큰 베팅’을 선언하며 빠르게 돌아가던 재계의 투자 시계가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다. 물가 인상에 따른 주요국 금융 긴축, 전쟁·전염병 여파로 나타난 공급망 붕괴, 선진국들의 정치 대립 등 악재가 쌓이며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환율이 뛰고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라 주요 기업들은 한동안 투자 보따리를 쉽게 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조3000억원을 들여 충북 청주공장을 증설하려던 계획을 일단 중지시켰다. 해당 안건을 의결하려 이사회를 열었지만 투자를 보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43만3000㎡ 부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예정이었다. 내년 초 착공, 2025년 완공 목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증설 일정 변경과 관련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만 해도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며 최근 D램·낸드플래시 등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행보가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작년 세웠던 투자계획은 당연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원재료 부분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래 투자대로 하기에는 계획이 잘 안 맞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투자에 대한 공포심이 재계 전반에 번져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단독공장을 짓기로 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투자 시점 및 규모, 내역 등을 다시 살피겠다는 게 업체 측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연산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2분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국내 대기업들의 올해 하반기 투자활동이 상반기에 비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나온 상태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500대 기업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100개 회사 중 하반기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답변이 28%로 확대(16%)보다 많았다.

하반기 투자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불안정(43.3%)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19.0%)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투자활동이 활성화되는 시점을 묻는 질문에 대기업 과반(58.0%)은 내년이라고 답했다. ‘2024년 이후’ 및 ‘기약 없음’을 선택한 기업은 각각 7.0%와 10.0%로 나타났고, 올해 하반기로 답변한 기업 비중은 13.0%였다.

기업들의 투자시계가 느려진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환율과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환율이 뛰며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미국 등에 설비를 구축하는 데 부담이 커진다. 조달비용을 높이는 금리 상승은 투자를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재검토하는 고민을 우리나라 기업들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은 내년 일부 사업부의 고용과 지출 증가 속도를 줄여 ‘긴축 경영’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는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액 증가 전망치를 상향하면서도 시설투자 계획은 하향 조정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도 신규 공장·설비 투자를 줄여 공급과잉 이슈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앞서 발표한 투자 계획을 수정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발표한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기업들은 국내외에 향후 3~5년간 1060조원 가량을 쏟겠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결정이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 정부가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통화스와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방안과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조치를 빠르게 단행하는 해법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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