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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SMR 투자 러시…정책 지원 기대 속 미래 먹거리 찾아 시장 선점 나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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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케일의 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대기업들이 소형모듈원전(이하 SMR) 사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삼성물산 등 건설업계와 GS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등 에너지업계가 최근 잇달아 SMR사업에 대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에너지산업 선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기업의 SMR사업 투자계획 발표는 글로벌 에너지산업 트렌드에 발 맞추는 것일 뿐만 아니라 최근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원전 강국 재도약 비전에도 코드를 맞추는 것으로 해석됐다.

대기업으로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기대하며 글로벌 유망산업 선점에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 한 셈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의 150분의 1 크기로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든다.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것으로 발전용량이 300MW급 정도다.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소 배출도 거의 없는 만큼 차세대 원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후화된 원자로를 대체하는 데 SMR이 용이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SMR 시장이 2035년까지 연간 15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SMR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연구개발(R&D)과 금융 지원을 약속하는 등 SMR을 정부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은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SMR이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에너지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고, 실제로 2006년 직접 설립한 원전기업 테라파워는 워런 버핏이 소유한 전력회사 퍼시피코프와 협력해 미국 서부 소도시 케머러에 2024년부터 신형 SMR를 짓는 것을 공식화 했다.

현대건설은 이같은 추세에 발 맞춰 지난해 11월 원자력 사업 선도 기업인 미국의 홀텍 인터내셔널사와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마케팅 및 입찰 공동참여 △사업 공동 추진 △상업화 모델 공동 개발 등 사업 전반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한국원자력연료와도 맞손을 잡았다. 현대건설은 원전해체 분야 전문기업으로 국내 및 UAE 원전에 원자력연료를 전량 공급하고 있는 한전원자력연료와의 협력으로 원전해체, 사용후핵연료 및 SMR 분야에서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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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나기연 두산에너지 원자력사업부문 대표이사,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대표이사 사장,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이병수 전무 삼성물산이 지난달 26일 GS타워에서 MOU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케일 파워 공식 홈페이지


또 다른 글로벌 원전분야 강자인 삼성물산도 SMR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 총 10기에 이르는 원자력 발전 시공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최근 글로벌 SMR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했다. 뉴스케일파워에 지난해 2000만달러, 올해 5000만달러 등 총 7000만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한 데 이어 동유럽 SMR 프로젝트에 전략적 파트너로 협력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은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SMR 관련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업계 평가를 받고 있다.

GS그룹도 SMR, 수소(블루암모니아), 신재생 친환경 발전 등 에너지 부문에 14조원을 투자한다. GS에너지는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의 주주로 참여한 데 이어 뉴스케일파워,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과 함께 드림팀을 구성해 차세대 SMR 개발과 세계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유일 원전 주기기 제조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2019년 4400만 달러, 2021년 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유일하게 설계 인증을 받은 업체인 뉴스케일파워는 2029년까지 미국 아이다호주에 SMR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뉴스케일파워의 SMR 기술과 GS에너지의 발전소 운영 능력,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력발전 기자재 공급 능력, 삼성물산의 발전소 시공 역량 등이 결합하면서 SMR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원전 기자재 제작부터 발전소 시공·운영까지 맡는 만큼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은 "SMR은 탄소중립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차세대 원전 기술·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 원전수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독자 SMR 노형 개발을 추진하고 혁신형 SMR 기술개발에 내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5832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재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한미 원전동맹을 강화하고 SMR 분야에 대한 한미 협력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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