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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걱정 또한 적지 않다. 선거에서 1% 미만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데다 출범 초기 지지율도 역대 정부보다 낮은 때문이다.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도 발표됐다. 발표된 국정과제 속의 기후·에너지·환경정책 관련 메시지는 그간의 큰 흐름,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예상됐던대로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과 동시에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 그리고 에너지 안보 확립과 에너지 신산업·신시장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새정부로서는 할 수 만 있다면 이전 정부정책과 크게 차별화하고 싶었을 텐데 원자력산업 관련된 것 외에는 큰 틀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처해 있는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9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1차 에너지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1990년 83%에서 30년이 지난 2020년에도 여전히 81% 수준이다.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은 에너지 빈국이라는 사실은 지난 30년간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왜곡된 에너지 가격시스템은 점점 고착화되고 있고 전력산업을 포함해서 에너지산업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급부상 하면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기업이 직면한 글로벌 기후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있고, 탄소관세 부과 등 국제 사회로부터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이러한 문제들은 복합적이고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 일례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된 ‘임기 내 화석연료 발전비중을 현행 60% 수준에서 40%대로 감축하겠다’는 것은 노후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비롯하여 운행 중인 석탄발전소에 대해서도 발전량에 대한 제약을 가할 방안을 세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어떠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대상 발전소를 선별할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 문제 등이 부각될 것이다. 또한 건설 중인 민간 석탄발전소에 대해서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등록을 2035년부터 금지하겠다는 공약이다. 이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완성차 회사들을 비롯하여 내연기관 주력 부품회사를 비롯한 협력사들 모두와 긴밀한 대화와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 공약은 110대 국정과제 중 88번째인 미세먼지 관련 정책으로, 환경부가 2035년 무공해차 전환 목표설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으로만 간단하게 명시되어 있다. 과연 환경부가 2035년에 내연기관 신규차 등록 금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새 정부는 올 한해 기후·에너지정책 관련 굵직한 정부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비롯하여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이다. 이 계획들은 미래 기후·에너지 정책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정말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잘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따라 바뀌는 롤러코스터식 행태로는 급변하는 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탈피한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 그리고 충실한 정책 이행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책 집행의 내실화를 거둘 수 있을까. 새 정부는 국정운영원칙 중 하나로 국익과 실용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다는 자세로 모든 공직자는 대안을 모색하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실용주의원칙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기초해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겠다고 밝혔고, 선택된 정책이라도 사후적으로 더 나은 대안이 나온다면 수정·보완하고, 수많은 가능성에 열린 자세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다짐과 자세가 시종일관 지켜질 수 있다면, 우리 앞에 놓인 어려움들은 시간의 문제일 뿐 함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새 정부가 실패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맡은 일은 중하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여건을 잘 나타낸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을 풀이하면서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려면 역량과 함께 여유로움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새 정부가 스스로 세운 원칙과 마음가짐을 흐트러짐 없이 새겨서, 새 시대에 걸맞는 패러다임의 전환 그리고 원칙 있는 실용주의를 통해 작금의 어려움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