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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 설치된 폐배터리로 만든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전력공급시설. SK에코플랜트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30년에는 전기차 폐배터리가 20만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여기에 각종 IT 기술을 더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폐배터리를 ESS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폐배터리로 만든 ESS를 어떻게 안전하게 운영할지가 산업 발전의 관건으로 뽑힌다. 그동안 ESS 산업은 화재 사고 등으로 침체기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따르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 때문에 전기차 폐배터리가 2030년에는 약 20만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꼽힌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모아서 하나의 거대한 배터리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SK에코플랜트 등 다수 기업들이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고자 나서고 있다.
LG 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1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ESS 전시회인 ‘ees Europe 2022’에 참가해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한 ‘리유즈’ 사업을 선보였다.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ESS에 저장하고 이를 전기차 충전소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ESS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량은 날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력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될 때는 ESS에 저장하고 적을 때는 ESS에서 전력을 꺼내서 쓸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전기차 폐배터리로 만든 ESS를 건설현장의 전력공급시설에 연계해 사용하고 있다. 낮에는 전력소모량이 많고 밤에는 적은 건설현장에서 ESS를 통해 전력을 제 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는 걸 넘어 여러 기술을 더해 사업 개척에 나서고 있다.
재생에너지 IT 기업 브이피피랩과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 기업 피엠그로우, 대경엔지니어링은 폐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고 이를 V2G((Vehicle to Grid) 충전기와 연계하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V2G 충전기란 전기차 충전뿐만 아니라 전기차에서 전기차 충전기로 방전도 가능하게 하는 양방향 충전기를 말한다. 전기차에서 전기를 방전하는 충전기도 나오는 이유는 수요관리(DR) 사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DR 사업이란 전력 생산량이 많을 때 전기를 더 사용하거나 전력 생산량이 부족할 때 전기를 덜 사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전력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전기 소비자의 전력 소비량을 조절하게 하는 DR 사업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아직은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인증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규제 특례를 통해야 ESS로 활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안전 체계를 어떻게 마련하는지가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성장에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는 특례를 허용하면서 실외에만 ESS 설치를 허용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너지중소혁신기업협회 관계자는 "전기차 폐배터리가 점점 늘어나면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게 된다. 폐배터리를 ESS로 재생에너지와 연계하는 산업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폐배터리를 안전하게 ESS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