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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은행들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됨에 따라 실적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상승으로 인해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대출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 만큼 이번 금리인상 역시 무조건 은행들에게 ‘호재’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최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한 만큼 앞으로 예금금리, 대출금리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이 오는 18일부터 정기예금, 적립식예금 36종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p) 인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인상으로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 금리는 0.4% 오른 최고 2.2%로 변경된다. 월 300만원까지 입금 가능한 1년 만기 알.쓸 적금은 최고 3%로 오른다.
반면 금리인상기에도 전세자금대출은 속속 낮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14일부터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상품(우리WON전세대출, i-Touch전세론, 우리스마트전세론)과 우리전세론의 금리를 0.2%포인트(p) 인하했다. KB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소폭 인하했다. 금리인상기에도 전세 실수요자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 가계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과거와 달리 기준금리 인상이 무조건 은행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기준금리는 순이자마진의 변수이자 자산건전성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표로, 간접적으로 비은행부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인상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고, 은행 실적에도 긍정적이다.
다만 최근의 금리인상 같은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인상으로 조달금리는 높아진 반면 가계대출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은행들의 수익성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원으로 2월 말보다 1조원 감소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작년 12월(-2000억원), 올해 1월(-5000억원), 2월(-2000억원)에 이어 4개월째 감소세다. 은행들이 작년 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한 것과 달리 올해 들어서는 대출문턱을 낮췄음에도 이자 부담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가계대출은 감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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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안타증권) |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다시 대출한도가 생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차주들이 이자부담을 느낄 수준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은행들은 수익성이 낮아진 기업대출을 통해 대출성장률을 견인해야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이는 결국 순이자마진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대출에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은행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불필요한 대출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에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과거 저금리 시대에 과도하게 받았던 대출들의 경우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관련 호재와 악재가 모두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공약한 점을 감안할 때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 정부가 은행들의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