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나유라

ys106@ekn.kr

나유라기자 기사모음




'비은행 계열사' 쌓아온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M&A 전략 촉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4.13 16:44

지주사 출범후 14번째 자회사 구축 완료

'지주사 완성의 키' 증권사 인수 강한 갈증



증권사 외 모든 매물은 '신중 또 신중'

거래대금 감소 속 우리금융 기회여부 촉각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우리금융지주와 매물로 나온 금융사 간에 셈법 계산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인수합병(M&A) 1순위로 증권사를 강조하면서 롯데카드 등 다른 매물에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주식 거래대금 감소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둔화되는 것은 맞지만, 중소형 증권사들 역시 기업금융(IB) 등으로 실적을 다각화하고 있어 증권사 인수를 1순위로 두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우리금융지주의 자본력을 감안할 때 매물만 있다면 언제든지 즉각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다.


◇ 비은행 포트폴리오 '차곡차곡'...M&A 확고한 철칙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2019년 지주사 출범 이후 자산운용, 저축은행, 캐피탈, 부동산신탁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어 연초에는 부실채권(NPL) 투자 전문회사인 ‘우리금융F&I’를 공식 출범했다. 우리금융F&I는 우리금융그룹의 14번째 자회사로, 지주사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손 회장은 ‘국내 1호 금융지주사’라는 타이틀에 맞게 지주사 재출범 이후 특유의 노련미와 통찰력으로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M&A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금융지주가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열쇠인 증권사, 보험사 인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월 연간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우리금융과 시너지가 가장 높은 증권을 비롯해 벤처캐피탈(VC) 인수를 검토 중"이라며 "보험사 인수는 후순위로 고려하고 있으며, (M&A와 관련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면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원칙은 손 회장이 2019년 지주사 출범 이후 줄곧 공언해왔던 사안이다. 우리금융 출범 이후 푸르덴셜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 매물이 나왔지만, 우리금융지주가 결국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도 M&A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 카드, 보험보다 '최우선' 순위는 증권

우리금융은 현재 M&A 시장에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롯데카드에 대해서도 인수전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어떤 매물이든 긍정적으로 고려는 하고 있지만,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실제 매각에 나설지 확실치 않은 영향이 크다는 게 우리금융의 내부 분위기다. 즉 M&A 시장에서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으면서도, 실제 참여 여부는 각종 요건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인수 후보군으로 계속해서 거론되는 것은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우리금융은 2019년 당시 롯데카드 인수 경쟁에서 MBK파트너스의 인수금융을 맡아 롯데카드 지분 20%를 인수했다. 만일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매각할 경우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나머지 80%만 사들이면 완전 자회사로 편입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MBK파트너스가 연말께나 롯데카드를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치 정도만 시장에 나온 상태이고, 실제 매각을 공식화한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인수전 참여 여부는 롯데카드의 매각가 등 구체적인 조건이 나와야만 검토할 수 있는 것으로, 어느 한 쪽으로 예단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말했다.


◇ "증권사 인수 쉽지 않을 것" VS "지금이 최적의 시기"

2022041301000536200021852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다만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경우 우리금융지주의 태도는 바뀔 수 있다. 우리금융이 수차례 증권사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해온 점을 감안할 때 중소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경우 우리금융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증권사 인수 역시 변수는 많다. 올해부터 주식 거래대금 감소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둔화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몸값이 낮아지는 점은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 호재다. 그러나 우리금융이 눈여겨보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이미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IB 등 다방면으로 수익을 다변화한 점을 고려할 때 시간이 갈수록 인수를 성사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주식 거래대금과 중소형 증권사 간에 상관관계는 많이 줄어들었다"며 "이미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4, 5년 전부터 특화된 비즈니스를 선제적으로 구축해놨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우리금융이) 인수할 만한 증권사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를 추진한다고 해도, 증시 활황과 관계없이 과거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반면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목적이 단순 ‘수익성’을 떠나 포트폴리오 다변화 관점에서 추진 중인 만큼 일단 매물만 나온다면, 매각가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증시가 활황이었던 작년보다 수익성이 둔화되는 올해부터가 증권사 인수에 최적의 시기일 것"이라며 "우리금융의 자본력, 과거 우리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둔 이력 등을 고려하면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어느 누구보다 계열사 시너지 창출을 통해 회사를 크게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