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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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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냐 vs.가격 안정이냐"…LNG최대 수출국 美,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2.09 12:44
USA-EU/ENERGY

▲미 천연가스 터미널(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출을 기록한 미국이 LNG 공급 방향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이 미국산 LNG의 최대 수입처로 떠오르면서 미국이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또 수출시설 확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미국이 향후 몇 년 동안 수출국 1위라는 지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속속 제시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 정치권은 미국산 LNG 수출 증가세가 오히려 자국내 공급을 축소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부진한 LNG 생산량, 평균치를 밑도는 재고 등의 요인들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미국산 LNG의 해외수출은 자국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휘발유를 비롯한 소비자 물가 급등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저 지지율에 고전하고 있는데 난방비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마저 상승추이가 지속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2월 770만톤 어치 LNG를 수출하면서 처음으로 월 기준 세계 최대 LNG 수출국에 올랐다. 미국산 천연가스가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부상한 덕이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으로 아시아를 제치고 미국산 LNG의 최대 수입처가 됐다. 미국산 LNG의 수입처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초 약 37%에서 작년 12월 61%로 급등했고 지난달에도 미국이 수출한 LNG의 약 3분의 2가 유럽으로 향했다.

미국의 LNG 수출 호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말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수출시설을 갖추는 궤도에 올랐다.

미국 최대 LNG 수출업체인 셰니어 에너지의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 수출시설은 최근 확장을 마쳤고 또 다른 LNG 업체인 벤처글로벌LNG 수출공장도 올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럴 경우 올해 미국의 하루 LNG 수출량은 최대 139억 입방피트에 달해 수출강국인 호주와 카타르를 능가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2025년까지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이러한 LNG 수출 호조가 자국내 공급물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잭 리드 미 민주당 상원의원을 비롯한 총 10명의 의원들은 최근 서한을 통해 미 에너지부 장관에 LNG 수출통제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의원들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이 미국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수출물량은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이와 동시에 LNG 수출은 자국내 시장에 대한 공급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이어 "미 에너지부는 LNG 수출을 검토하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미국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LNG 수출이 지속될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의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미국의 LNG 수출은 가정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는 데 있어서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EIA에 따르면 이번 겨울 가정용 천연가스 난방 비용이 30% 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미국의 올해 LNG 재고는 지난 5년간 평균 대비 1590억 입방피트 어치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 와중에 생산량은 작년 11월 기준 3조 1584억 입방피트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2019년 12월 생산량인 3조 2347억 입방피트를 밑도는 수준으로, LNG 생산 속도가 수출을 못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LNG 수출과 관련해 결정권을 쥐고 있는 미 에너지부가 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장에 개입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변동성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위기로 유럽에 대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와중에 미국산 LNG 공급마저 끊긴다면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미국 LNG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들이 세계 시장 가격에 맞춰 자유롭게 수출되는데 왜 천연가스만 배제시키냐는 주장이다.

반면 의원들에 이어 미 산업에너지협회(IECA)는 에너지 가격만큼은 저렴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미국 경제 활력에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의원들은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는데 분투하는 미국 국민들을 위한 이익"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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