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서울 마포구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 A씨(여, 50대)는 어린이집 특성을 고려해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지난 4일 쿠팡에서 래피젠의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10회분을 4만5000원에 구입했다. A씨는 쿠팡으로부터 ‘9일 도착 예정’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결제했으나, 7일 갑자기 판매업체 U사로부터 ‘출고예정일이 11일로 지연됐다’는 안내문자를 받았다.
더욱이 안내 문자 중 ‘배송이 늦어져 취소를 원하시는 경우, 판매자 전화로 연락해주시면 빠르게 처리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을 보고 A씨는 불쾌감이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진단키트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 판매업체가 배달날짜를 미루면서 주문취소를 유도해 인상된 가격으로 팔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3일 국내 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신속항원검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일반인들의 자가진단키트 구매가 많아지고 있지만 공급 지연과 가격 급등이 겹쳐 ‘자기진단키트 수급 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자기진단키트의 소비자 판매가격이 지난 주말을 전후해 일제히 2배 이상 크게 올랐고, 약국·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귀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급기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2의 마스크 대란’을 막겠다며 ‘자가진단키트 전국민 무상보급’ 카드를 꺼내들었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확인해 본 결과, 지난 3일 쿠팡·11번가·G마켓 등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1회분 기준 4000원대의 자가진단키트 제품이 많이 발견됐으나, 나흘 뒤인 7일 약속이나 한 듯이 4000원대 제품이 자취를 감추고 1만2000원대 2개입 1세트 제품이 보였고, 이마저 ‘품절’ 문구가 늘고 있었다.
8일 현재 자가진단키트 제품 가격이 대부분 1회분 기준 7000원~1만3000원대로, 약국 등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가격과 비슷했다.
쿠팡에 판매업체인 U사의 관계자는 "정부 쪽에서 공급해 달라는 요청하는 늘어 그쪽으로 물량을 돌리다 보니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정이 2~3일씩 지연되고 있다. 추가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선별진료소·학교 등에 공급하려는 물량 때문에 일반 소비자를 위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함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익명의 자가진단키트 생산업체 관계자 역시 "정부의 공급 요청에 맞추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 등 일반 소비자 대상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8일 오전 온라인 쇼핑 사이트 쿠팡에 올라와 있는 래피젠社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판매 페이지에 품절 문구가 표기돼 있다. 쿠팡 웹사이트 캡쳐 |
약국·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은 1회분 기준 7000~8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는데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서울 종로5가 등 대형 약국들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곳이 많지만, 동네 소규모 약국과 편의점들은 이미 물량이 소진돼 품절된 곳이 늘고 있다. 일부 편의점 본사는 물량 조달이 여의치 않자 발주를 중단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민주당은 자가진단키트를 전국민에게 무료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오미크론 비상대응 긴급 점검회의’에서 "기초수급자와 장애인 등 감염 취약계층에게 자가진단키트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우리의 충분한 생산역량을 감안해 자가진단키트를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부터 오는 12일 사이 자가진단키트 1000만명분을 순차적으로 전국 약국과 온라인 쇼핑몰에 공급해 수급안정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달에 국내에서 총 2500만명분의 자가진단키트 생산이 가능하며 만일 공급이 부족할 경우 수출물량을 전환해 국내에 우선 공급할 방침이다.
이밖에 조달청은 8일부터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를 통해 에스디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래피젠 등 3개사의 자가진단키트를 주문해 선별진료소, 학교, 군부대 등에 공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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