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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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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M&A시장 '혼돈'…삼성·SK 빅딜전략 '시계 제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13 15:18

美 엔디비아 ARM 인수 무산 분위기

SK 인텔 낸드부분 인수도 연내 난망

삼성 ‘빅딜 계획’에도 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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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패권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때문에 ‘빅딜’로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확보하려던 삼성전자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선두인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인수하려다 지배력 과잉을 우려한 미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제동이 걸린데 이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는 SK하이닉스도 중국에서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3년 내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삼성전자는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반도체 기업 간 M&A에 대해 깐깐한 기준을 들이대거나 승인을 미루는 등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ARM 인수를 FTC 산하 행정법판사에 제소했다. 엔비디아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설계 시장에 지배력을 갖게 된다는 이유다.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은 내년 8월에 열린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ARM 인수 절차를 약 8개월 동안 멈춰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400억달러(약 47조원)를 들여 ARM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ARM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퀄컴 등에 반도체 설계자산을 제공하는 업체다. 특히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는 95%에 달하는 점유율을 갖는 등 사실상 ‘공공성’을 확보한 것으로 본다.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반도체 설계자산을 판매하는 ARM은 경쟁사가 아니지만, FTC가 인수에 문제를 삼은 것도 반도체 설계자산을 사용하는 데 있어 중립성과 개방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미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펼치는 중국 역시 해외 기업 간 M&A에 인색한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이 운영하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약 10조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해외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승인받을 국가는 총 8개 나라로 일찌감치 7개국에서 무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이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애초 계획이었던 연내 인수 마무리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하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사업장 중에는 중국 다롄 공장이 포함돼 있다. 인텔이 완벽히 철수하는 것보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해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유리한데도 중국은 승인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인다.

삼성전자가 인수할 유력한 후보 중 하나는 네덜란드 기업 NXP다. 차량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2018년 미국 퀄컴이 인수를 시도하다 중국 반독점심사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반대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당시 중국은 현재 SK하이닉스와 인텔 건과 흡사하게 승인을 미루다 결국 계약을 파기시켰다.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특성상 해외 경쟁당국이 내세울 경쟁제한성 우려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NXP를 인수하려다 무산된 퀄컴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설계와 수탁생산(파운드리) 중 어느 쪽 몸집을 키우더라도 ‘지배력 강화’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 기업의 인수를 막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처럼 전방위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전개하는 대형 기업은 대형 빅딜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ASML처럼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장비 및 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인수에 나서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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