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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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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지키지 못한 약속, 지키지 못할 약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12 09:43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노동석 위원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세상에서 제일 많이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라는 문구가 담긴 혼인서약이다. 주관적 견해지만 그래도 혼인서약이 대선공약 이행율 보다는 높을게다.

골목상권의 활기가 동네마다 넘치는 나라, 청년이 꿈꾸는 자리를 국가가 먼저 예약해 놓는 나라, 미세먼지에 빼앗긴 하늘을 푸른 하늘로 되찾는 나라,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지켜낼 나라, 튼튼한 한미동맹으로 철통안보를 확인한 사람 등. 혹시 이 약속이 차기 대선공약이 아닐까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차기 대선공약으로도 손색이 없다.

기억하기 어렵겠지만 이 약속들은 현 대통령의 5년전 대선 캠페인 영상에 나오는 글들이다. 차기 대선공약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현 정부가 5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이 공약들과 혼인서약중 어느 것이 더 헛말이 됐을지 비교해볼 것을 권한다.

반면 너무나 잘 지켜서 문제가 발생한 대선공약들도 있다. 에너지관련 공약 전체가 그렇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모든 신규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월성1호기 폐쇄, 석탄화력발전소 신규건설 전면 중단, 공정률 10% 미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원점 재검토,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 60%까지 유지, 전체 전력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 2030년까지 20% 달성, 석탄발전용 연료 세금 인상, 친환경 발전연료 세금인하 등등.

모두 지난 대선에서 여당이 내세웠던 에너지관련 공약이었다. 하나하나가 국민 생활과 나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음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밀어 붙였다. 고발, 소송이 난무하고 사방이 전쟁터다. 후유증은 차기, 차차기 정부 그리고 국민 삶의 부담으로 남았다.

대선이 이제 3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차기 대선후보들의 에너지정책 공약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여당을 보면 2040 탄소중립 추진,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재생에너지 비중확대,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등을 내결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2050 탄소중립, 2030 탄소배출 40% 감축(NDC 상향안)을 선언했다.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여당후보는 2030 50% 감축을 말하고 있다. 1년 전 우리의 2030 탄소배출저감 목표가 26% 내외였음을 생각해보면 정말 이래도 되나 싶다. 40% 감축안의 발전믹스에서 재생비중은 30%로 상향되었다. 3020이 3030으로 된 것이다.

그런데 여당후보는 "10%포인트 더"를 외치고 있다. 그러면 3040 인가? 그러면서 ‘기후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포장한다. 사실 NDC 상향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치 않은 과속 정책", "놀라울 정도로 어설프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해외의 반응은 "선언 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하며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구속력 없는 공약이라도 아무 말 하듯이 지르면 안되는 것 아닌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의 연장이다. 이러다 한국이 ‘기후깡패’에 더해 ‘기후먹튀’의 오명을 하나 더 쓰게 될 것 같다.

하나 더. 여당후보는 느닷없이 고박정희 대통령과 경부고속도로를 소환하더니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단다. 혹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14번째 ‘재생에너지 관련 송배전 인프라를 건설·운영하는 활동’을 말하는 것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시중에 떠도는 전남-수도권을 잇는 재생에너지 전용 송전선로 건설을 말하는 것일 텐데, 송전선로를 전용으로 쓸 수도 없겠지만 만일 재생에너지만 선로에 실어 보낸다면 선로 이용률이 형편없이 떨어져 그런 낭비가 없을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분산형 전원이라 송전선이 필요없다고 하더니, 그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경과지의 주민들은 재생에너지 전용선이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동해-수도권 연결 HVDC 건설이 얼마나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지 현장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참신한 발상이라기보다는 무모한 발상이라는 부르는게 맞을 것이다.

야당은 탈원전 정책 폐기, 탈탄소 목표 산업계 의견 반영 등을 말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 전이라 논평하기 이르지만 여당보다는 핵심을 찌르는 공약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원전을 재평가하여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NDC 상향안의 재검토와 하향 조정을 의미하는 듯하다. NDC의 ‘후퇴금지’ 조항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정이 가능하다면 철저하게 현실이 반영되기를 바란다. 국가 체면은 그 다음 문제일 것이다.

차기 대선 에너지정책 공약을 굳이 비교하자면 낭만주의 대 현실주의 또는 무대포주의 대 실리주의로 비교할 수 있겠다.

약속은 지켜지는 것을 전제로 성립한다. 손가락 걸고 지장에 등사까지 하는 이유다. 만일 지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약속을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언제나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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