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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정비사업방식 놓고 공공재개발 vs 신통기획 ‘힘 겨루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06 16:26

신통기획 후보지에 102곳 지원

공공재개발 추진하다가 신통기획으로 전환한 구역 늘어



신통기획 사업기간 단축되고 사업성 높일 수 있어

공공재개발 정부 인센티브가 있어 원주민들 ‘선호’

대흥5구역

▲최근 신속통합기획 공모 접수를 마친 서울 마포구 대흥5구역 일대. 오래된 빌라와 주택이 즐비해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내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정부의 공공개발과 서울시 민간주도 개발 방식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의 대립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3080+ 공공재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후보지 곳곳에서 이에 반대하며 서울시의 신통기획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으로 공공재개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데다가 신통기획이 사업 기간을 단축해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두 사업 간 ‘힘 겨루기’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통기획 후보지 공모에 102곳이 지원했다. 서울시가 지난 9월 신통기획 공모 공고를 낸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공모지 중에는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다가 신통기획으로 방향을 전환한 구역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대흥5구역은 공공재개발 보류지로 묶인 상태였으나 보류지 철회를 조건으로 지난 10월29일 신통기획 공모에 접수했다.

대흥5구역 (민간)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신통기획 참여를 위해서 서울시에 보류지 철회를 요청했고 철회 요건을 충족해 신통기획으로 선회하기로 했다"며 "주민 입장에서 공공재개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았고 신뢰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우세했기 때문에 민간재개발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흥5구역이 민간개발로 선회한 데는 인근에서 민간재개발로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흥5구역과 맞닿아 있는 신촌그랑자이가 지난해 2월 준공을 마쳤고 맞은편에 마포프레스티지자이가 지난 3월 준공되면서 민간개발방식에 대한 주민들의 수요가 더 높아졌다.

정부의 공공재개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중 한 곳인 영등포구 신길4구역은 민간재개발 추진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철회 동의서를 이미 여섯 차례 제출했다.

신길4구역 주택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주민동의율 58%를 달성한 상태로 오는 10일 영등포구청에 철회동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신통기획 주민 동의율도 35~36%까지 확보한 상태로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철회되면 신통기획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주민 동의율 50% 이상을 확보하면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철회를 신청할 수 있는데 신길4구역은 이미 이 기준을 충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길4구역 주택재개발추진위원회 측에 따르면 오는 10일 공공재개발 후보지 철회 동의서를 제출하면 7번째 제출이지만 국토부에서는 묵묵부답 상태다. 위원회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추진해온 민간재개발이 갑자기 무산되더니 별다른 공지도 없이 공공재개발로 사업 방향이 바뀌면서 날벼락을 맞았다"며 "철회 동의서를 제출해도 영등포구청과 국토부는 여러 핑계를 대면서 기한만 늘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공재개발과 신통기획을 두고 영등포구 신길2구역은 도심복합사업 준비위원회와 (신통기획)민간재개발 준비위원회가 설립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신길2구역 민간재개발 준비위원회는 도심복합사업 예정지구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 동의서를 걷고 있다. 향후 6개월 간 주민 50% 이상의 도심복합사업 반대를 이끌어내면 예정지구 지정을 해제할 수 있어서다. 신길2구역 민간재개발 준비위원회는 "도심복합사업이 정보도 부정확하고 깜깜이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의 염원이 강한 상황에서 신통기획이 우리 구역에 가장 적합한 재개발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본지 기자가 취재에 나섰지만 신길2구역 도심복합사업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성북구 미아역 동측,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인근 등이 공공재개발 철회동의서를 제출하고 후보지 철회를 요청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공공재개발보다 민간주도 개발 방식인 신통기획을 선호하는 데는 사업 속도가 대폭 단축되기 때문이다.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도하지만 정비계획 수립 등을 서울시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이 5년에서 2년으로 짧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도심복합사업을 중심으로 한 공공재개발은 사업기간은 오래 걸리지만 민간개발보다 인센티브 등을 적용해 용적률이 대폭 완화된다는 강점이 있다. 서울시 내 한 공공재개발 도심복합사업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민간개발로 추진하다가 사업이 무산되는 구역을 많이 봐왔다"며 "공공재개발로 가면 사업 추진까지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인센티브가 있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주민들도 선호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공공재개발에 비해 신통기획은 민간 주도로 하되 지원만 해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 입장에서는 더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며 "주민동의율과 사업계획승인이 정비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사업승인 같은 경우 행정기관에서 도와주면 사업기간이 단축되고 사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신통기획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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