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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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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재시동 거는 교보생명...'FI 법적분쟁' 넘어설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23 14:56

증권업계 "분쟁기업 상장 승인 어려울 것"

금융환경 개선 등...IPO 자체는 '적기'



"추진·철회 반복한 교보, 다른 의도 예상"

교보 "FI 협조 기대" vs FI "풋옵션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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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에너지경제신문 김건우 기자]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 재추진에 나서면서 그 의도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개선된 금융환경에 맞춘 상장추진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교보생명의 FI(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측은 교보생명이 풋옵션 분쟁과 관련된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일종의 ‘전략적인 결정’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풋옵션 분쟁과 관련된 소송으로는 교보생명에 대한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한 회계법인에 대한 형사소송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주주 간 계약 이행(가치평가 수행)을 촉구하는 FI 측의 가처분 신청이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이 표명한 IPO 재추진은 적지 않은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상장에 필요한 요건들을 모두 갖췄을지라도 법적 분쟁에 휘말린 기업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가 상장 승인을 해주기 어려울 것이란 근거다.

증권업계 한 IPO 전문가는 "교보생명이 IPO를 신청한다고 해도 한국거래소가 승인해주기에는 현재의 법적분쟁이라는 결격사유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교보생명 측 관계자 역시 과거 IPO 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풋옵션 분쟁을 근거로 당분간은 상장 계획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다만 과거와는 다르게 경영상의 측면에서 볼 때, 교보생명이 상장하기 나쁘지 않은 금융환경이 조성된 것도 사실이다. 과거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교보생명의 상장 전망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의 시장금리 상승과 이달 예고된 1%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업황의 여건이 바뀌었다. 금리가 오르는 국면의 초입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금리인상의 대표적 수혜주로 꼽히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장을 긍정적으로 고려해봄직 하다는 평가다. 또한 내후년에 도입되는 IFRS17을 대비한 자금조달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풋옵션 분쟁이 겹치지만 않았다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그간 규제불확실성과 초저금리 장기화로 생명보험사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있었지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투자 여건이 개선됐다"며 "내년 상반기 IPO 성공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통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FI 입장에서는 교보생명의 IPO 추진이 공교로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FI는 교보생명이 전향적으로 IPO 재추진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진정성이 결여됐다며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FI 측은 신 회장의 주주 간 계약 이행에 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앞둔 교보생명이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IPO를 선언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FI 측 관계자는 "조만간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내려질 경우 신 회장은 주주 간 계약 이행을 위한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서도 이미 신 회장의 계약불이행을 인정한 상황에서, 신 회장이 가치평가를 하게 되면 풋옵션 이행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ICC 중재판정부는 교보생명의 패소를 결정했음에도 교보생명이 FI 측이 제시한 가격에는 풋옵션 이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이는 신 회장이 가치평가를 수행하지 않았기에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내린 판결이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신 회장이 가치평가를 수행하게 될 경우 풋옵션을 거절할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음 달 예고된 안진회계법인-FI 측에 대한 형사소송 1심 판결이 교보생명 IPO 재추진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해당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 이행을 위한 노력을 다했는지 여부다. 다음 달 1일 신 회장의 증인출석 요구까지 나온 상황에서,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 중 핵심 사항인 ‘IPO 추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증권업계 한 IB부문 담당자는 "교보생명이 IPO를 하겠다고 하면 그걸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간 교보생명이 IPO 추진과 철회를 반복해온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FI 측이 그간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 풋옵션 행사를 주장해왔는데 이제 IPO 추진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성공적인 IPO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FI 측은 이날 "교보생명이 지금까지 상장을 못 한 것은 신창재 회장의 책임이며, 이미 3년 전에 실행한 풋옵션 이행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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