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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요 홍대리님. 지금 벌써 (ELF·주가연계펀드) 마이너스 70%라고 하던데. (중략) 저희집 전세금 뺐어요. 게다가 대출도 받았어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사모펀드 사태, 대출, 글로벌 증시 폭락 등 최근 국내 증시에서 일어난 일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나온다.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는 한 경비원이 당시 펀드매니저였던 홍두식의 조언으로 펀드에 가입했는데, 알고보니 그 펀드는 홍두식이 조언한 펀드가 아닌 다른 펀드였다. "제가 추천한 상품은 ELF가 아닌데 왜 가입하셨냐"는 홍두식의 질문에 경비원은 "저는 잘 모르니까 그분이 알아서 해주실꺼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답한다. 전세금에 대출까지 받아서 투자한 펀드가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자 경비원은 끝내 자살 기도를 한다.
해당 장면을 보면서 작년에 국내 금융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모펀드 사태가 떠올랐다. 실제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 중에서는 은행원이 권하는 상품이니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아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입었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비원이 언급한 ‘대출’도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대출 대란’을 떠올리게 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에 대한 문턱을 높였다. 대출 자금이 부동산 등 투기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당초 취지였다. 그러나 당국의 취지와는 달리 정작 실수요자들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은행 대출마저 막히면서 전셋값은 물론 내 집 마련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이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쉽고 빠르게 대출이 가능한 상품들을 선보였고, 이것이 ‘혁신’이라고 호평받던 것을 돌이켜 보면 현재의 대출 중단은 천지가 개벽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에 만난 한 금융권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대출이 빨리 되는 것을 혁신이라고 말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금융의 본질은 성장 혹은 혁신보다 리스크 관리에 있는데, 그 본질을 망각하다보니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대출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은행들은 꼼꼼한 대출 심사를 통해 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비대면 대출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앞서 말한 경비원이 대출을 통해 무리하게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는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대출실행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현재의 실수요자들 피해를 막는 완벽한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사 기한이 임박했음에도 은행에서 대출 승인이 나지 않아 전전긍긍했던 경험이 있는 실수요자들이라면 더욱더 쉽고 빠른 대출을 선호할 것이다. 가계부채 급증세를 지금이라도 바로잡기 위해서는 금융의 본질이 무엇인지, 금융 혁신의 방향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가계부채가 왜 급증했는지,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시스템을 개선해야하는지 등을 차분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의 혁신과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내놓는 정책은 현재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를 잡는데도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펀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섣부르게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경비원은.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는 장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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