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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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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디지털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19 10:38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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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글로벌기업이 세금 일부를 ‘돈 버는 곳’에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digital tax)가 2023년부터 도입된다. 구글을 겨냥해 고안됐다고 해서 구글세(Google tax)라고 불리는 디지털세는 연간 매출액 200억 유로(27조 6000억원)에 이익률 10%가 넘는 기업에 대해 시장소재국(매출발생국)도 초과이익의 25%에 대해 과세할 수 있다. 따라서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 세금을 거둘 수 있게 되지만, 국내기업도 과세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로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가 지난해 국내에서 올린 매출은 4154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한국에 낸 법인세는 21억여 원에 불과해서 국세청이 뒤늦게 세금 800억 원을 추징했다. 지난해 외국계 기업 95개사가 국내 매출액이 1조원을 넘었는데, 이 중 15개사는 법인세국내에서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가파(GAFA), 마가(MAGA), 마가프(MAGAF)는 빅테크 기업을 나타내는 말이다. GAFA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을 말하고, MAGA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을 말한다. MAGAF는 MAGA에 페이스북이 추가된 것을 말한다. 이들은 기준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는데, 테크 자이언츠, 빅4, 빅5라고 하는 글로벌 빅테크(Big Tech) 기업이다. 당초 이들 4~5개 빅테크기업이 디지털세(구글세)의 타켓이었다.

2018년까지는 시가총액이 1조달러가 넘는 기업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나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해말 전 세계 10대 빅테크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하면 9조달러를 넘었다. 올 9월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글로벌 10대 빅테크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1조 5600억달러를 기록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GAFA)은 혁신적 제품으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새로운 미국을 상징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아마존·구글), 공정하지 않으며(애플), 개인정보를 맘대로 활용(페이스북)하는 기업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래서 정의 구현을 위해 디지털세가 도입된 것이다.

독점 관행에 대한 우려로 인해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독점 금지 조사가 진행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 시장 지배력, 언론의 자유와 검열, 국가 안보 및 법 집행에 미치는 영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이 만든 생태계를 벗어나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포괄적이행체계(IF)는 지난 8일(현지시간) 총회를 개최하고 디지털세 최종합의문을 발표했다. 디지털세는 다국적기업이 매출 발생국에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하는 ‘필라1’과 다국적기업에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적용하는 ‘필라2’로 구성된다.

디지털세가 채굴업과 일부 금융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적용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3년부터 영향권에 들게 됐다. 국내기업들이 외국에 내는 디지털세는 매년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징수하기 어렵던 글로벌 빅테크기업에 대한 과세가 쉬어지는 반면, 국내의 일부 글로벌기업들은 전에 부담하지 않거나 적게 했던 외국에서의 과세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디지털세 최종 합의에 따라 대상 기업은 2023년부터 시장소재국에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국내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가 1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SK하이닉스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다른 나라에서 영업하는 우리 기업도 세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 기반도 확보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납부하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다국적기업들에 과세권을 행사하는 게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세 합의와 적용은 공정과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가 글로벌하게 확산된 결과로 본다.

 

국내 글로벌기업들은 디지털세 과세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디지털세 국제조세 분쟁 대책을 마련하고, 우리 기업의 피해가 없도록 긴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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