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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설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력수급의 통로인 송전망 사업이 탈원전·탈석탄을 고집하는 정치권 반대에 휘둘리고 안전 위협과 재산 피해를 주장하는 지역 주민들 반발에 막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일부 정치권과 지역 주민들의 눈치만 살피며 송변전망 사업 지연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재생에너지 확대·탄소중립 추진 등으로 전력수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데도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재형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14일 "송전망이 적기에 확충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송전 비용이 들거나 출력제한이 발생해 결국 발전사업자와 국민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설비 계획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제반 비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지불 의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는 불안정성 빈도와 송전망 과부하 증가로 이어진다"며 "전력계통 운영에 있어 수요-공급 불균형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의 경우 생산량에 있어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이로 인해 전력계통과 시장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 결과 가격 불안정, 평균가격 하락, 가격상승과 같이 바람직하지 않은 시장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계통 수용을 위해 유연한 자원 확보, 자원적정성 달성, 송·배전 계통 강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전력 측에서도 "정부가 발전사와 한전에만 떠넘기고 지역 민원해결 등 민감한 문제는 안 나서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시대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보상도 현실화 해서 사업이 빨리 진행되게 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재생에너지 확대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송전설비 등 인프라 구축, 현실적인 보상, 제도확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전이 계속 고객,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규 발전사업자들 역시 앞으로 송전망 구축이 지연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지역주민과 발전사업자는 물론 송배전 사업자인 한전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기가 들어오는 속도보다 송전 설비 확충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며 "송전설비 확충 지연이 점점 심해질 경우 전력대란을 넘어 탄소중립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정책이 계획대로 되려면 송변전 여건을 고려해야 정부가 이같은 측면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다"며 "독립적인 기구를 신설해 송전선로 입지 선정을 위한 원칙을 마련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가동을 앞둔 발전사업들도 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설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주민 수용성은 낮아지고 사회적 갈등 또한 커져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선로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제7차·8차·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밝힌 주요 송변전망 구축 26개 사업 중 계획대로라면 현재 18개 사업이 준공됐어야 하지만, 실제 사업완료는 5곳(28%)에 불과하다. 공사 지연의 주요 원인이 주민수용성 문제인 만큼 이와 관련한 대안이 시급하지만 정부는 송변전망 설비로 특정 업체만 이득을 본다는 지적등에 대한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신한울 2호기를 시작으로 삼척화력1·2호기, 강릉 안인 1·2호기 등이 내년부터 차례로 들어서면 5.8GW 규모의 전력이 추가로 공급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달 초 국정감사에서 "석탄화력 조기폐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으며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도 "2025년까지는 원자력발전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도 갈수록 늘어나게 되는 만큼 정부가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자칫 전력대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전은 당초 올해와 내년 순차 완공하기로 했던 신한울~신가평(4GW)·신한울~수도권(4GW) HVDC(일명 ‘EP프로젝트’)의 준공 목표연도를 2025년으로 잠정 연기했다. 전력설비는 필수불가결하지만 지역주민 입장에서 좋아하는 설비는 아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법제도적으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
한편 강원도 홍천군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와 횡성군송전탑백지화위원회는 전날 신한울~신가평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공동 투쟁에 나섰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12일 한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500kV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서부구간 경과대역(후보지역)에서 산사태위험지역이 배제되지 않았다"며 "명백한 한전 내부규정 위반이며, 한전의 안전불감증이자 국가 전력수급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