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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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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코인을 지배한다는 관점, 무너졌다"…암호화폐 지각변동 '관건'은 에너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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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펄럭이는 모습.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7000만원대 안팎으로 크게 오른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13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지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케임브리지대학 대안금융센터(CCAF)의 ‘비트코인 채굴 지도’ 데이터에 따르면 7월 기준 미국의 비트코인 월평균 해시레이트 점유율은 35.4%로 집계돼 단일 국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시레이트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채굴 능력 측정에 쓰이는 지표로, 채굴 작업이 이뤄지는 속도를 뜻한다.

CNBC는 이번 미국의 점유율이 작년 9월보다 428% 증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2위는 카자흐스탄(18.1%)이었고 중국은 0.0%였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중국의 점유율은 34.3%로, 21.8%에 그친 미국을 크게 앞섰다.

CNBC는 이번 데이터를 통해 미국이 공식적인 최대 암호화폐 채굴지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암호화폐) 채굴 산업에서 새롭게 확보한 지배력에 부분적으로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암호화폐 채굴은 고성능 컴퓨터로 복잡한 해시 함수를 해결해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기록할 블록체인 장부를 생성하고, 그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받는 과정이다.

이 작업이 이뤄지는 속도를 결정하는 게 해시레이트다.

1년 전인 작년 7월 중국 해시레이트 점유율은 66.9%에 달했다. 미국은 불과 4.2%에 그쳐 중국에 견줄 만한 상황조차 되지 못했다.

이에 비춰보면 채굴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CNBC는 올봄부터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불과 하룻밤 새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자의 절반이 활동을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채굴업자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전기료가 싼 곳을 찾아 대규모로 중국을 탈출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이를 ‘채굴 대이주’라고 불렀다. 이런 이주자들의 상당수가 미국에 정착했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암호화폐 채굴 업계에 에너지는 유일한 가변 비용이다. 텍사스 등 미국의 일부 주는 에너지 가격이 세계적으로 가장 싼 곳이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워싱턴주는 수력발전을 이용한 채굴 업자들의 메카다. 미국에선 핵발전 역시 많이 이뤄지고 있다.

또 텍사스 같은 주는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정책 환경과 채굴을 호스팅할 인프라(기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CNBC는 미국이 그동안 이룬 준비가 운 때를 만나 암호화폐 최대 채굴지로 부상한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블록체인 인프라와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암호화폐 채굴 오퍼레이터 업체들이 몇 년간 조용히 호스팅 역량을 증대해왔는데 이 도박이 이제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굴 오퍼레이터들은 2017년 비트코인 폭락 이후 몇 년간 닥친 ‘암호화폐의 겨울’ 동안 채굴 생태계를 구축하는 투자를 해왔다.

적절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면 채굴업자들이 미국에서 사업을 할 것이란 쪽에 베팅한 것이다.

런던의 핀테크 데이터 분석가 보아즈 소브라도는 "중국이 비트코인을 지배한다는 관점은 이제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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