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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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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력대란에 신규 석탄발전 힘 실린다…"정부, 전력수급 현실론 기울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06 16:49

- 산업부 문승욱 장관 "중단 조기폐쇄 어렵다" 이어 박기영 차관도 전력수급 우선론 밝혀



-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 최근 중국 정전 사태, 4분기 전기요금 인상 등 의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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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력대란과 국내 전력수급 우려 등으로 신규 석탄발전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신규 석탄발전을 포함한 여권 일각의 강한 탈석탄 목소리에도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이 이미 현실론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탈석탄의 기조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신규석탄발전 중단 및 조기폐쇄에 난색을 보인데 이어 에너지 전담 차관도 전력수급 안전을 전제로 한 탄소중립 추진 방침을 밝혔다.

박기영 산업부 제2차관(에너지 전담)은 6일 "에너지 수급과 시장구조를 탄소중립에 맞춰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최근의 중국 전력난, 영국의 석유 부족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에너지 수급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도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민간에서 정부의 승인을 받아서 짓고 있는 부분이 있다. 현 시점에서는 정부가 조기에 내용연수보다 앞당겨서 운영 및 건설을 중단시키기 어려운 환경이다. 2050년 이전에 석탄 화력발전소를 조기 폐기 어렵고, 에너지전환지원법 등 법적 환경이 마련된다면 그 범위에서 검토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장관과 차관이 탄소중립을 위해 탈석탄도 필요하지만 에너지 수급 안정이 더 중요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신규 석탄발전을 포함한 탈석탄이 쉽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최근 국제 천연가스 및 유가 급등으로 발전 연료비 상승 폭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탈원전·탈석탄 동시 추진정책으로 늘어나는 국내 전력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한다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 만으로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충분한 공급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결국 발전효율이 뛰어나고 탄소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신규석탄화력발전소 7기가 계획대로 완공되고 가동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업계에선 풀이 한다.

특히 산업부의 이같은 입장은 올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으로 인한 신규석탄화력발전 가동, 최근 중국의 정전 사태, 4분기 전기요금 인상 등 대내외 여건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발전업계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소 7기가 예정대로 완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2기는 완공됐으며 고성하이 2호기(고성그린파워), 강릉안인 1·2호기(강릉에코파워), 삼척 1·2호기(삼척블루파워)의 신규석탄발전 5기가 건설 중에 있다. 한 발전소 당 건설비용은 약 5조원이 투입됐다.

현재 문 장관이 전제한 ‘에너지전환지원법안’은 여전히 국회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4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된 상황에서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의 퇴출을 지원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데다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원의 가동이 늘어 전기요금 추가 인상도 불가피하다. 양이원영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이 법안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원자력·석탄 발전 사업자의 사업 전환을 유도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발전사업자가 발전사업을 변경·취소·철회하게 된 경우 사업자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에도 상정되지 않아 정해진 것이 없으며,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전업계에서는 이미 발급된 발전소 사업 면허를 강제 철회할 수 있는 조항인 ‘직권 철폐’와 사업자로부터 돈을 걷어놓고 사업 전환을 지원하겠다며 다시 돈을 지급하는 구조가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법률 검토 과정에서 이미 ‘기후위기대응기금’을 신설하기로 한 상황에서 에너지전환기금을 별도로 만드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규석탄화력발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대내외 여건도 호재다. 실제 정부는 올 여름에는 전력대란 우려 속 전력공급을 위해 원전과 노후석탄화력은 물론 신규석탄화력까지 서둘러 투입하기도 했다. 신규석탄발전 7기 중 지난 5월 14일과 6월 30일 각각 준공과 함께 상업가동에 들어간 고성하이화력 1호기(1.04GW), 신서천화력(1.00GW)이 전력공급 중이다. 지난해 말 수립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당초 올해 3월 신서천 1호기, 4월 고성하이 1호기가 상업운전 가동 계획에 포함됐으나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또는 가동 논란을 두고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정부 정책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2011년 9월15일 대정전으로 인해 건설이 확정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석탄’ 정책에 따라 존폐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전력수급계획 상 원래 계획대로 건설을 추진하기로 최종 결정이 났지만 ‘석탄화력발전상한제’, ‘2050탄소중립’ 등 여전히 정상적 가동을 막는 불안요소가 많은 상황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도 올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정지상태이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의 정비를 이달 중 마치고 가동을 개시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정부가 중국의 전력난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며 "중국은 2025년까지 GDP(국내총생산)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13.5% 절감 목표 달성 위해 공업용 전력 공급을 제한하거나, 석탄수입 금지, 감산 조처를 해 전력난 심화시켰다. 한번 전력부족 발생하면 즉각적인 해결 방법 없어 중국의 전력난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의 결과 민생에 어떤 영향이 발생하고 산업적으로 어떤 악영향이 초래될 지 따져보지 않는 것 같다"며 "최근 발표된 ‘2050 탄소중립계획’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전력저장장치 구축, 전력망 구축에 수천 조원의 비용이 수반되는 것을 감추고, 전기요금의 인상, 전력부족의 상황이 경제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져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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