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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암모니아 혼소발전, 탄소중립·안정적 전력수급 대안으로 뜬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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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가 시공 중인 사우디 마덴 암모니아 플랜트 현장. 하루 3300t의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올해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DL이앤씨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암모니아 혼소 발전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의 안정적인 추진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혼소(混燒)란 두 가지 이상의 연료를 연소시키는 것을 뜻한다. 즉 암모니아 혼소 발전이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와 수소 등 다른 연료와 결합해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속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2050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목표를 이루려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 이용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기존에 사용하던 화력발전을 갑자기 감축할 경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전력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당분간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위한 해결책으로 암모니아 혼소 발전이 떠오른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도 최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며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암모니아 혼소가 포함된 무탄소 신전원과 수소연료전지, 동북아그리드를 전원믹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국책 연구기관들과 대기업들이 암모니아 혼소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섰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29일 에너지정보소통센터를 통해 "정부의 탄소중립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추진에 발 맞추고 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 간극을 메워줄 구원투수로 암모니아 혼소 발전이 꼽힌다"고 소개했다.


 

암모니아, 무탄소 배출원으로 전 세계 주목

 


암모니아(NH3)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로 비료·폭발물·플라스틱·의약 제조에 사용된다. 같은 부피에 액화수소보다 1.7배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어 ‘수소 캐리어(운송체)’로 꼽힐 만큼 보관과 수송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와 호환성도 높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거나 반대로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작업도 쉽다. 이런 특징을 활용해 여분의 재생에너지를 수소로 바꾸고 이를 다시 암모니아로 변환해 보관하거나 옮길 수 있다.

암모니아가 주목받는 점은 그 자체로 연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가치가 높다.

암모니아는 자체만으로도 탄소배출 없이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 이미 1930년대부터 연구가 진행돼 1943년 벨기에에서 암모니아 버스가 등장했을 정도로 활용 역사도 오래됐다.

암모니아 관련 산업 인프라는 이미 어느 정도 구축돼 있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해마다 생산되는 암모니아는 1억8000만t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차세대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항공기와 선박, 자동차까지 암모니아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구동하는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산업부

▲탄소배출이 없는 암모니아 생산 및 활용. 산업통상자원부

 

 

연로 활용도 낮은 단점을 수소와 혼소 발전으로 보완 

 


암모니아는 탄소배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료로 쓰기에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자연발화 온도(650℃)와 최소 점화 에너지(680 mJ)가 높아 연소가 잘 되지 않는다. 실제 암모니아의 발전량과 연소속도는 기존 LNG(액화천연가스) 연료 대비 각 50%, 20% 수준에 그친다.

이에 암모니아와 다른 연료를 혼합해 사용하는 혼소 발전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게 기존 석탄 화력과 암모니아를 혼합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발전량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한 조건으로는 경제성·안정성·친환경이 꼽힌다. 연료를 사용한 뒤 온실가스가 발생되지 않아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소 과정을 거친 암모니아는 질소와 물만 남는다.

수소를 생산하려면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화석연료를 개질(改質)해야 하는데, 암모니아를 개질하는 방식도 있다. 수소는 생산 과정에 비용이 많이 들고 저장과 운반에 추가 비용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암모니아는 수소처럼 액화하거나 기체로 압축하지 않아도 돼 수송과 저장 비용이 저렴하다는 측면에서 경제성도 갖추고 있다.


 

日, 암모니아 혼소 발전 기술개발 적극 나서 

 


현재 일본이 암모니아 혼소발전 기술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암모니아 연료 도입에 대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 석탄발전소에서 암모니아 20% 혼소발전을 추진할 경우 약 4000만t에 이르는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일본 최대 발전사인 JERA에서는 구체적인 실증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23년까지 헤키난 화력발전소에서 암모니아 20% 혼소발전시설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암모니아를 활용한 가스터빈을 최초로 개발한 국가도 일본이다. 일본 국립연구개발법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수소캐리어팀은 도호쿠대 유체과학 연구소와 암모니아를 연료로 한 41.8KW 가스터빈 발전 연구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미국의 GE사와 일본의 IHI가 아시아 가스터빈 시장 진입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암모니아

▲암모니아 생산 모식도. 한국기계연구원

 

 

국내 연구기관 암모니아 생성·혼소 기술 개발 박차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암모니아 생성과 혼소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팀은 새로운 암모니아 제조공정을 선보였다. 세계 최초로 작은 쇠구슬을 부딪히는 물리적인 힘으로 기계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백종범 교수팀은 용기에 쇠 구슬과 철(Fe)가루를 넣고 회전시키면서 질소기체(N2)와 수소기체(H2)를 차례로 주입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쇠 구슬에 부딪혀 활성화된 철가루 표면에서 질소기체가 분해되고 여기에 수소가 달라붙어 최종 생성물인 암모니아가 만들어진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이대훈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상온에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질소 플라스마에 물을 공급해 수소와 질소산화물을 생산한 뒤 이를 촉매로 암모니아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플라스마 반응으로 만든 질소산화물의 99% 이상은 암모니아로 쉽게 합성할 수 있는 일산화질소 상태가 된다. 일산화질소는 함께 만들어진 수소와 반응해 95% 이상의 높은 선택도로 암모니아를 합성한다. 반응에 필요한 열은 플라스마 분해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이용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정운호 수소연구단 책임연구원 팀이 고온·고압에서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기 핵심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뽑아내는 ‘그린수소’ 기술이다.

정운호 연구원팀은 도넛 모양의 금속구조체에 촉매를 넣고 열을 가해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해할 수 있는 반응기를 개발해 암모니아가 균일하게 공급되는 최적의 조건을 찾고 반응을 통해 나온 고온의 분해 가스를 암모니아 예열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효율을 높였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암모니아, 우리나라 정부·기업도 눈길

 


우리 정부에서도 ‘그린 암모니아’ 협의체를 발족하고 연구 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의 공공기관과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탄소중립연구조합, 포스코, 두산중공업 등과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그린) 암모니아 협의체’를 발족했다.

이들 기관과 기업은 그린 암모니아 생산-운송-추출-활용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고 해당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정보교류와 기술 기준 수립을 통한 표준화 협력 등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산업부는 지난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상의 수소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 그린 수소 도입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가장 유력한 수소 캐리어라고 판단했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오는 2030년 194만t, 2040년 526만t의 수소가 수요된다고 전망했다. 그린 수소 도입을 위해서는 암모니아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구체적인 협력 기술로 △저가 그린 암모니아 생산 △운송 및 선박 연료 활용 △그린 암모니아 수소추출을 통한 수소공급 △가스터빈 △보일러 △전소-혼소 발전 △연료전지의 무탄소 연료 활용 등을 제시했다.

포스코와 두산중공업, 남부발전 등 우리나라 기업들도 수소-암모니아 혼소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와 질소로 만들고 이를 연소시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암모니아만 연소시키는 것보다 효율이 높아 최근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기술이다.

포스코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두산중공업은 ‘암모니아 가스터빈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동시에 생산하고, RIST와 암모니아 개질기를 개발한다.

두산중공업은 암모니아 개질 후 생선된 가스를 연소하는 연소기와 가스터빈을 개발할 계획이다. 가스터빈을 구동할 원료는 포스코가,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이 맡는 방식의 컬라버레이션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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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공기 연소(왼쪽)와 암모니아-공기-석탄 혼소(오른쪽) 연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암모니아 상용화 조건은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 감축 

 


암모니아 혼소기술을 상용화 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제가 있다. 유독성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줄이거나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질소산화물은 온실가스에 속하지 않지만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질소산화물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는 주로 고체로 된 촉매를 이용하는 방법을 쓴다. 배기가스가 산화타이타늄처럼 질소 원자를 분자로부터 잘 떼어내는 물질을 거치게 해서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산소로 분해해 배출하는 방식이다.

질소와 산소 기체는 대기의 주성분이라 질소산화물과 같은 오염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 밖에도 흡수제를 이용해 질소산화물 기체를 액체나 고체 상태로 흡착하는 방법과 강한 전압을 건 플라스마 장치에 통과시켜 분해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질소산화물은 자동차나 선박의 배기가스에도 많이 포함돼 있어 이미 기술적으로 다양한 해결방안이 나와 있지만 발전소처럼 대량의 연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곳에서는 처리 용량이 부족하다.

이에 국내 연구기관들은 아예 연료를 태울 때 질소산화물이 최대한 생기지 않게 막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연료 노즐 설계를 최적화하고 버려지는 열 재활용으로 효율을 높여 100% 암모니아만을 이용한 연소기술 개발에 나섰다.

에기연 신연소발전연구실 이민정 박사팀은 100% 무수 암모니아를 이용한 연소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 최초로 질소와 수소로 구성된 순수 암모니아를 이용해 가스터빈을 비롯한 화력발전·철강 가열공정·석유화학 및 정유 공정·산업용 보일러 등에 활용할 새로운 연소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민정 박사 연구진은 에기연이 진행하는 ‘무탄소(CO2-free) 암모니아 직접 이용을 위한 저녹스 가스터빈 연소기술 개발’으로 암모니아 연소기 핵심 설계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연료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분사하는 방법으로 질소산화물을 줄이기도 했다. 연구진은 △높은 TDR(연소기 운전범위를 나타내는 최대-최소 비율)을 갖는 연료노즐 설계 △폐열을 이용한 암모니아 수소분해 기술 △다단연소기술을 통해 안정성 확보 및 질소산화물 생성을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공동기획 :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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