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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또 머스크 리스크" 로봇 신사업 무리수에 ‘신뢰 흔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27 13:54

‘AI 데이’ 휴머노이드 로봇 발표···외신들은 ‘의심’
"1년만에 로봇 만들기 불가능" 전문가도 혹평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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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과 테슬라가 제시한 로봇의 특징 비교.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테슬라가 또 한번 ‘머스크 리스크’에 휘말렸다. 신제품 또는 신기술을 선보인다고 선언해 투자금을 모은 뒤 약속은 지키지 않는 무리수를 또 두며 시장의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분야는 로봇 사업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내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업계에서는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개최된 테슬라의 AI Day 행사 이후 아직까지도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로봇 복장을 한 댄서의 퍼포먼스와 함께 공개된 테슬라봇이 단연 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탑재한 이 휴머노이드를 내년에 실제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발표했다.

이에 수많은 외신과 국내 언론들은 머스크가 이번에도 과거의 입버릇처럼 쉽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 또한 수십년간 연구개발에 매달려야 쌓을 수 있는 로봇 개발 노하우를 테슬라가 과연 1년만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는 "일론 머스크는 그동안 시제품(prototype) 수준의 상품을 출시하고 양산을 시작하기 전부터 비전 만을 가지고 판매를 시작한 사례가 많다"며 "또 ‘테슬라봇’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테슬라의 미션과 어떻게 부합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고 일침했다.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도 머스크 CEO가 2년 전 행사의 테슬라 무인차량 100만대 이상 운영한다는 언급 등이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을 조명했다. LA타임즈는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 X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기도 했으나, 실현되지 않는 혁신을 선보이거나 약속된 일정보다 늦게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테슬라의 로봇은 이전에 공개된 바가 없어 그 연구개발 성과나 인프라에 대해평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 자동차는 바퀴달린 로봇"이라 표현하며 테슬라가 잠재적인 로봇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는 테슬라의 선도적인 기술 기업 이미지 확보와 자신들이 보유한 소프트웨어의 파급력 확대를 위해, 테슬라의 미래 방향성에 로보틱스라는 개념을 더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로봇 개발이 새로운 혁신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혼다를 비롯한 닛산·도요타·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이미 로보틱스 기술을 내재화하고 사업 추진 방향성을 선보인지 오래됐다. 현대차그룹도 이미 십여년 전부터 로봇 개발 역량을 쌓아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을 보유한 보스톤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로보틱스를 주요 미래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일원이 된 보스톤다이내믹스는 이미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족형 로봇에 필수적인 보행 제어 알고리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최근 실제 서비스화를 위한 인지 분야에서도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완성차 업체의 서비스 로봇이라는 동일 선 상에서 보더라도 테슬라의 테슬라봇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혼다의 아시모는 1996년, 도요타의 파트너 로봇은 2005년, 보스톤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2013년에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최초 공개됐다. 이후 개선 버전을 각각 2011년, 2017년, 2016년에 발표한 바 있다.

내년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제품을 선보이겠다는 테슬라의 계획은 기존 완성차 업체가 연구개발에 쏟아온 노력과 비용, 시간에 비춰볼 때 그 약속을 초단기간에 실현할 수 있을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로봇 기술 중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AI뿐만 아니라 상당히 정밀하고 고도화된 메카트로닉스, 즉 전자공학과 기계공학이 결합된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따라서 테슬라가 내년에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휴머노이드 로봇도 인간와 비교되는 수준의 지능과 하드웨어 기술의 융합이 요구되며, 나아가 실제적인 양산과 제품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연구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테슬라의 테슬라봇을 이미 제품화된 타사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면서도 "내년에 공개될 테슬라봇의 시제품이 제품 출시 이후 수년간의 노하우와 인간에 가까워진 동적 성능을 지닌 보스톤다이내믹스 아틀라스와 같은 휴머노이드를 플랫폼 측면에서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과 같은 대규모 완성차 기업이 안전, 품질, 생산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얻어온데 반해 화제성 이벤트로 미래의 성공 가능성만을 먼저 제시하고, 대규모 개발자 채용을 통해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하려는 테슬라의 전략이 향후 어떤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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