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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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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한·미동맹에 던진 에릭 슈미트의 충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26 10:00

장윤종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

장윤종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

▲장윤종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

사람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현재에 안주하려는 낙관편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아프간 탈출사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카불이 함락되기 1주일 전 해외로 향하는 비행기 좌석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늦었다.

반대의 경우도 드물지만 있기는 하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처음 발병되고 학술지에 그 사실이 게재되었을 때 독일의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는 ‘이건 팬데믹’이라고 직감하고 밤낮 없이 백신개발에 매진한다. 결국 그는 ‘화이자 백신’ 개발에 성공해 세상을 구하며 그의 기업은 대도약을 한다.

이처럼 보여도 보지 못하는 사람과 안 보여도 보는 사람의 차이는 너무 크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중경쟁에 대한 대응에서도 ‘한 치 앞 시력’ 문제가 존재한다. 구글의 CEO를 역임했던 에릭 슈미트는 인공지능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으로서 2019년부터 2년간 미·중경쟁 대응전략을 준비한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슈미트의 전망, 그리고 현재 미국정부의 행보를 비교해보자.

첫째, 슈미트 위원장은 7월 초 니케이아시아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시아 우방인 일본, 한국과 매우 강한 파트너십(very strong partnership)을 갖지 못하면 중국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미국정부 내에서는 미국이 도움을 받는 느슨한 동맹 형태가 힘을 받는 모양새다. 특히 첨예한 이슈로 떠오른 반도체의 경우, 느슨한 동맹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위해 520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할 예정인데 인텔을 비롯하여 미국기업들은 자국기업에게만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였다.

현재 미국정부는 한국과 대만기업의 미국투자를 요청하면서도 지원에 관해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상호 윈윈의 수평적인 강력한 동맹이 아니고서는 중국 대응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미국 정부가 자칫 ‘보여도 보지 못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둘째, 동맹의 주 타겟과 관련하여 중국 견제, 공급망 안정화, 신흥기술 혁신우위 확보 중에서 슈미트 위원장은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정부는 견제와 공급망에 더 중점을 두는 양상이다. 미국혁신경쟁법이 통과되면 2000억 달러의 미래기술 투자가 이루어지므로 혁신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도입한 중국 유학생과 연구자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제도를 유지하여 대학의 연구인력 부족사태가 방치되고 있는 점을 볼 때, 미국정부가 혁신에 최우선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 또한 근시안적 대응이 아닐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슈미트 위원장의 인터뷰 언급은 미국 대응방향의 정곡을 찌르면서 ‘안 보여도 보는 사람’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한국정부는 빠른 시간 내에 슈미트 위원장을 초청하여 그의 견해를 충분히 듣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계기로 슈미트 위원장이 한미 협력의 가교가 되어 준다면 한국산업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흥기술 역량의 획기적 향상을 달성하고 한국의 역량이 미국의 성공적 대응에 크게 기여하는 상호 윈윈의 동맹관계 형성이 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중경쟁을 방관자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큰 착각이다. 현재 중국은 체제의 사활을 걸고 자력 혁신에 매진하는 ‘스푸트닉 순간(Sputnik Moment)’에 접어들었다. 최근 중국이 인공지능 논문의 피인용도에서 미국을 추월했으며 반도체 분야에서도 대규모 자금과 최우수인력이 투입되면서 인공지능 반도체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만약 미국이 중국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지 못해 혁신경쟁에서 뒤진다면 미국은 패권에 위협을 받는 수준의 영향을 받겠지만 우리나라는 미래 먹거리 신흥산업을 발전시킬 길이 막히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동맹을 통한 한미 혁신협력은 대책 없는 한국산업의 미래경쟁에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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