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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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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탄소중립시대 걸맞은 폭염대책 세워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17 09:27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한무영 서울대교수 여름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이제 좀 기세가 꺾였지만 올 여름도 폭염으로 국민들이 큰 홍역을 치뤘다. 2018년의 대폭염 때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장마마저 싱겁게 끝나면서 국민들이 뜨거운 날씨로 느낀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름철 폭염은 지구촌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게 기상학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더운 여름 땡볕에 도시의 건물 옥상이나 도로의 온도는 섭씨 60도까지 올라간다. 나무를 베어내어 잔디밭을 만들거나 흙이 노출된 공터에서도 온도는 50도까지 오른다. 모든 건물이나 도로, 공터, 잔디밭에서 열을 발산하니 도시가 더워질 수밖에 없다. 건물 안의 사람은 에어컨을 사용하여 시원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도시 전체는 더 열기가 높아진다. 에어컨을 사용하기 힘든 사람들이나 자연의 동식물은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 더구나 에어컨을 펑펑 돌리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 폭염이라는 기상이변을 심화시키는 문제도 있다.

도시가 더워지는 현상을 돌멩이와 쇠막대로 채워진 상자 안의 온도변화로 비유해보자. 여기서 돌멩이는 건물이고, 쇠막대는 도로이다. 상자 안에 60도까지 달구워진 돌멩이와 쇠막대를 놓으면 온도가 올라간다. 상자 안의 온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각의 돌멩이와 쇠막대를 식혀주면 된다. 각 건물과 도로에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활동으로 그 지역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이것은 돌멩이 하나, 쇠막대 하나를 식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로컬 액션을 모든 건물과 도로에 적용하면 도시 전체의 폭염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대 한 건물 옥상에는 빗물을 활용한 텃밭, 꽃밭, 연못을 만들어 공동체의 구성원이 가꾸고 있다. 다른 옥상의 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갈 때 이 옥상의 표면은 30도 정도로 시원하다. 도시로 방출되는 열이 줄어들고, 꼭대기 층의 에어컨을 덜 가동하니 건물의 냉방에너지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천막으로 만든 코로나 선별 진로소는 폭염속에 49도까지 내부 온도가 치솟아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과 검사를 받는 시민들이 매우 고통스럽다. 마포구 보건소는 천막위에 물을 뿌려주는 스프레이를 설치한 후 온도가 33도까지 낮아졌다.

양천구청은 건물의 일부 벽면 앞에 덩굴식물을 심어 4층까지 타고 올라가는 녹색커튼을 조성했다. 한 낮에는 땅의 온도가 70도까지 올라가는데 녹색커튼이 있는 곳은 39도에 머문다. 나팔꽃, 제비콩들의 덩굴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한다. 미세먼지도 잡아주어 공기도 맑아진다. 보기 좋은 미관과 어린이들의 교육은 덤이다.

수원시에 종합운동장에는 거대한 빗물저장조가 있다. 떨어진 빗물을 도로에 뿌려주면 폭염을 식혀주고, 미세먼지도 해결해 준다.

폭염 해결의 과학적 원리는 중학교 물리 시간에 배운 기화열에서 찾을 수 있다. 물 1톤이 기화할 때 소모하는 에너지는 700kWh이다. 이것은 1 kW 짜리 거실용 에어컨 70대를 10시간 켠 것과 같은 냉방효과이다.

식물은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여 이파리에 수없이 만들어진 정교한 조절장치를 통하여 물을 기화시킨다. 또한 그늘을 만들어 태양 빛을 차단하고 기화열로 시원하게 만든다. 투영면적이 10 ㎡ 정도 되는 커다란 느티나무 한그루는 하루에 400리터의 물을 공기중에 뿜어낸다. 이때 소비하는 기화열은 280kWh로서 에어컨 28대를 10시간 가동한 것과 같은 냉방효과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물관리 정책과 산림 정책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비가 오는 즉시 지붕이나 유역에서 빨리 하수도나 하천으로 빗물을 버리는 정책은 홍수를 유발하고, 유역에서 증발시킬 물의 기화열을 생각하지 못한 단편적인 정책이다. 빗물을 떨어진 자리 근처에 모아서 사용하는 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

탄소 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다 큰 나무 수십억 그루를 잘라 내려는 산림청의 정책도 경제적 가치만 보고, 나무의 냉방효과를 비롯한 다양한 이득은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물과 식물이 제공하는 다양한 이득을 총체적인 안목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빗물과 식물의 열적 특성을 고려하여 잘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폭염에 대처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지구 전체를 생각하여 탄소를 감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 내집 앞부터 시원하게 하는 지역적인 활동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한 활동들이 모이면 도시 전체의 폭염을 줄일 수 있고 지구적인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과학적 사실과 상식에 근거를 둔 폭염대비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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