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료=탄소중립위원회]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Net Zero) 시나리오가 경제계, 학계, 정계 등 각계각층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시나리오는 발전 분야에선 화력을 없애거나 크게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70%대로 늘리는 게 골자다. 현재 전력공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원전의 비중은 6∼7%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자력과 화력의 의존도를 낮추고, 비싼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급격히 늘릴 경우 국민들이 부담할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는 계획 자체의 부실함을 지적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은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비현실적인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의 변동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다 비용과 전기요금 등에 대한 분석조차 없다"며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전력공급시스템은 이론적, 계산상으로는 가능할 수 있으나 상시적인 전력수급 불안과 막대한 비용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불량학생의 둘러대기"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기화와 수소화인데 부문별 계획을 제시해서 본질을 흐리고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어 놨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계획이라기보다 연구계획처럼 분야별로 할 일을 모아놓은 것이며, 목표는 제시했지만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계획의 기본인 돈과 일정이 없는 것도 모자라 태양광 464GW와 풍력 60GW를 TWh로 숨겼고,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 대책도 추상적"이라고 꼬집었다.
경제계는 탄소중립이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을 고려한 계획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위원회가 감축 수단으로 제시한 탄소감축 기술이나 연료 전환 등의 실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요 감축수단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친환경 연·원료 전환 등 기술이 2050년 내에 상용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설정되기 위해서는 향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이 면밀하게 검토돼 시나리오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정부 부처와 전문가 중심으로 논의한 결과물이므로 앞으로의 의견수렴 및 논의과정에서 기업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길 기대한다"며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탄소감축 기술개발에 힘쓰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비판도 여전하다. 월성1호기 원전 조기폐쇄 과정에서 경제성이 조작됐다는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7일 오후 경북 경주 월성 원전 1호기 부지를 찾아 정부의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4년간 원전 산업이 30% 정도 붕괴했다"며 "정권이 묶어놓은 전기요금이 다음 정권에서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우리 산업을 갉아먹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감사 결과처럼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됐다"며 "경제성 평가 때 여러 수치를 조작해 억지로 폐쇄하는 과정이 다 밝혀졌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석탄 화력발전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걸 원자력으로 대체한다면 품격 있는 일자리를 대량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 주요 전략으로 원전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월성 1호기 폐쇄로 인해 국가 지원금이 많이 줄어들고,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박진표 변호사는 "우려대로 정부의 목표와 선언만으로 탈탄소 사회가 도래할 리 없음은 자명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산업 법체계와 전력시장 운영방식의 변화, 전력공급 인프라의 보강, 그리고 전기요금체계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전기소비자의 수용성을 제고하고 탈탄소 정책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를 적극 배려하는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출주도 산업들은 탄소중립 트렌드에 따라가는 게 맞지만 모든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위주로 탄소중립 트렌드에 부응해 해외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 다른 분야에서는 에너지소비 비용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며 "여전히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 등 에너지 취약계층에게는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