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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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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환경단체 모두 퇴짜 놓은 탄소중립 시나리오…"비용 부담·수급 안정은 어떻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05 16:49

"법적 근거 없이 출범한 위원회가 각계 97명 민간위원 의견수렴 제대로 했는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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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탄소중립 실현 방향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탄소중립위원회가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아무리 앞으로 30년 뒤를 내다보고 그린 그림이라고 하지만 목표를 정해놓고 짜 맞추는 식으로 제시됐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탄소중립위는 이날 현재로서는 발전 효율이 가장 낮고 비용은 높은 재생에너지를 2050년까지 최대 10배로 늘리면 그 비용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등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못했다. 또 현재 기저발전으로 발전효율이 높고 값싼 원자력의 발전 비중을 현재의 4분의 1로 줄이고 석탄 발전은 전면 폐쇄하는 대신 전력 최대 수요 시간 기여도가 11% 수준인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탄소중립위가 내놓은 것은 한 마디로 기술향상이 이뤄지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을 전제로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런 시나라오가 무슨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한 목소리로 내놓았다.

특히 이 시나리오가 제대로 각계의 의견을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도 업계와 전문가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탄소중립위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대통령 직속 최상위 컨트롤타워로 지난 5월 29일 출범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18개 정부부처 장관과 각계를 대표한 97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두 달여만에 발표한 이 시나리오는 초안으로 단수 안도 아니고 3개의 복수안으로 제시됐다. 이 초안이 나오자 즉각 산업계와 환경단체 모두 반발했다. 산업계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반응이고 환경단체는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위의 이 초안 마련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기보다는 각계를 들러리 세웠다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탄소중립위는 이 초안에 대해 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말 최종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 정국과 맞물려 최종안은 ‘반쪽 시나리오’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탄소중립위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출범한 기구가 아니다. 진영에 따라 ‘그들만의 위원회 또는 계획’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탄소중립위가 제시한 시나리오 3가지 모두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최소 56%, 많으면 70%까지 늘어나 지난해 6%보다 10배나 대폭 늘어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료 인상과 재생에너지 발전의 변동성이 큰 점에 대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탄소중립위는 이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순진 탄소중립위 민간공동위원장은 이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시나리오는 탄소중립이 실현됐을 때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내용을 전망한 것"이라며 "부문별 세부 정책 방향과 전환속도 등을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의 역할이고, 세부 정책은 시나리오를 토대로 각 부처에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지금보다 10배 대폭 늘리겠다고 했지만 시나리오가 초래할 문제점을 해결할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전기료 인상을 가져오고 발전량 변동성 문제에 취약하다고 지적돼왔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 가할수록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기요금 청구 때 함께 징수되는 기후환경비 인상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됐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발전을 하면 지급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때문이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추가 발전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인증서다. 이 REC를 지급하는 비용의 재원이 전기 소비자에 부담으로 돌아오는 기후환경비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REC 발급량이 많아질수록 전기료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올해 REC 발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약 3조 2463억원으로 추산된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높은 발전량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인 태양광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해가 뜰 때는 발전량이 많지만 해가 지면 발전량이 확 줄어버린다.

발전량이 제각각이다 보니 태양광이 정작 중요한 전력 수요 피크시간대에 에너지원으로서 기여하지 못한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태양광이 특히 햇빛이 약해 발전량이 낮은 겨울철에 전력 수요 피크시간대에 기여도는 1∼4%로 분석됐다. 태양광이 전력 수요 피크시간대 기여도가 낮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자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이 여름철 전력 수요 피크 시간대인 오후 2∼3시에 전력 수요에 차지하는 비중이 11.1%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발전량을 꾸준히 유지할 수 없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날수록 관련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여진다.

탄소중립위는 이와 같은 문제는 기술혁신과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태양광 발전효율이 올라 비용이 줄어 전기료 부담이 크지 않아지고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기술 등의 발전으로 발전량의 변동성을 대비할 수 있다는 식이다.

윤 위원장은 태양광 발전소가 차지하는 면적이 크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태양광 효율은 18%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효율이 2배, 3배 상향한다면 소요 면적 또한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위원회는 이해관계자와 일반 국민 의견수렴, 부처 간 추가논의 결과를 종합 반영한 뒤 위원회 의결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서 정부 최종안을 확정하고, 10월 말 국민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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