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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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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필요성만 부각시킨 文정부 탈원전 아이러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03 17:35

탈원전 시작도 안했는데 올여름 전력수급 비상, 국제유가 급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요인 발생



정부 여당 "원전 계속 늘었어...60년 간 장기적인 계획"



"본격적으로 탈원전하면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란 사실만 인식시켜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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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공식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아이러니가 심화하고 있다. 정부와 집권당은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급 우려를 두고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같은 주장이 되려 탈원전을 본격 시작하면 더욱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만 확인시킨 모양새다.

정부 출범 이후 원전 폐쇄 또는 건설 백지화 등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전력수급 및 전기요금 인상 우려만 초래하는 등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만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탈원전 가속화 여건 자체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신재생에너지 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고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면서 비용이 저렴한 원전 의존도가 거꾸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 국가적인 탄소 중립화 목표를 위해 원전 가동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데다 각국이 탈원전에서 속속 친원전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 여름 폭염으로 전력공급예비율이 1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이자 예방 정비 중이던 원전 3기를 조기 투입했다. 이를 두고 여야에서 ‘탈원전 때문이다’, ‘무관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원전 설비와 발전량 모두에서 ‘탈원전’이라고 할 만한 감축이 없었다며 탈원전과 전력수급 우려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2017년 10월24일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되 나머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다는 것이 골자다. 산업부는 탈원전 논란이 일 때 마다 ‘60년 넘게 걸리는 장기적 계획이며, 원전 설비는 앞으로도 한동안 증가하게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부터 원자력발전 이용률은 매년 늘었다. 여당의 주장대로 앞으로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하는데 당장은 원전 의존도가 늘어나는 탈원전 정책의 역설이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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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야당과 원자력업계에서는 가시적인 성과 없이 국론만 분열시키고 산업 생태계만 붕괴시킨 채 허송세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올해 들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고 국제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도매가격 인상으로 소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2분기와 3분기 두 차례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민생활 안정이 이유였다. 전력거래소는 최근 전력시장 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의 급상승 원인으로 원자력발전소 이용 감소를 꼽았다. 정부가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고도 1년 가까이 실행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모순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가장 저렴하다. 앞으로 원전의 비중이 줄어들면 고스란히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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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최근 사업허가기간이 2023년 12월까지 연장됐으나 건설공사 재개여부 결정은 내년 출범할 차기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현 정부 임기 내 백지화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공사 재개 결정됐다.

월성 1호기는 2018년 조기폐쇄 결정으로 가동정지됐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경제성 조작혐의가 드러났고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마저 유죄로 판명날 경우 여당의 주장대로 현 정부 임기 내 탈원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도 못한 채 논란만 야기한 꼴이 된다. 국내에선 탈원전을 하는 대신 자신했던 해외수출 성과도 전무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 공학과 교수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 올 여름 폭염 등은 국민들에게 원전이 줄어들면 어떤 일이 생기는 지 ‘체험판’을 보여준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월성1호기 등 기왕 가동된 발전소는 잘 돌아가게 뒀으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증가 등 전기요금 인상론이나 탈원전 영향이 라는 비판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진짜 탈원전을 하려면 신규원전만 짓지 말고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데 이런 부분은 해결하지 못하고 월성1호기를 조기폐쇄한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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