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05일(월)



[EE칼럼] 원안위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묻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26 09:50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이덕환 서강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오랜 뜸을 들인 끝에 지난 9일 신한울 1호기의 운영을 허가했다. 수소제거 장치와 비행기 충돌 가능성에 대한 형식적인 보고·심의로 무려 15개월이나 늑장을 부린 후였다.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무려 54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 속에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는데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사태가 현실화된다면 온전하게 원안위의 책임이다. 괜한 심통만 부리지 않았더라면 웬만한 폭염은 걱정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안위의 허울뿐인 보고·심의로 신한울 1호기의 안전이 크게 강화된 것도 아니다. 실제로 원전의 안전성을 검토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원안위가 들춰낸 꼬투리는 정말 하찮은 것이었다. 수소제거 장치(PAR)는 원전의 필수 장비도 아니고, 수소 누출이 원전의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도 아니다. 항로 변경 협의와 장사정포 방어 대책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원전의 운영을 승인해주더라도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기까지 8개월 시운전 기간에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원안위의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가 독자적이고 공정한 결정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달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완성 단계의 원전을 ‘묵히지’ 말아야 한다"는 김부겸 총리의 공개적 ‘지시’ 때문에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총리가 소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원안위는 아직도 탈원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볼썽사나운 객기를 부리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원안위법이 강조하고 있는 ‘독립성·공정성’을 원안위가 스스로 내던져 버린 셈이다. 어쩌면 원안위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독립성·공정성을 주장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안위는 ‘원자력의 안전관리’를 위해 설립·운영되는 최상급 규제기관이다. 원전이 정말 위험해서 폐기해야 한다고 믿었다면 원안위도 함께 폐지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엉뚱한 일을 저질렀다. 겉으로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겨서 격상을 시켜놓고, 속으로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문외한들로 허깨비를 만들어버렸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원안위의 위원으로 임명·위촉하도록 명시한 원안위법을 통째로 무시해버린 것이다. 정부의 고질적인 ‘선택적’ 법치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위협하고, 국민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비용 부담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원안위의 전문성 부족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2018년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라돈 침대’ 사태도 원안위가 만들어낸 일이었다. 침대에서 방출되는 ‘1급’(사실은 ‘1군’) 발암물질인 라돈 때문에 당장 재앙이 일어날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었다. 원안위의 호들갑에 놀란 당시의 국무총리는 아무 죄도 없는 우정사업본부의 인력을 동원해서 위험하다는 라돈 침대 매트리스를 평택항까지 운반해서 쌓아놓도록 지시했다. 물론 지금까지 원안위가 애써 강조하던 재앙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라돈 침대 사태는 원안위가 ‘생활방사선법’을 외면해서 생긴 사단이었다. 원안위가 산업용으로는 전혀 쓸모가 없어서 수입할 이유가 없는 모나자이트를 3톤이나 수입하도록 방치했고, ‘음이온’으로 포장한 방사선의 효능을 자랑하는 6000건의 엉터리 특허도 외면해버렸다. 보호 장구도 갖추지 않은 인력을 동원해서 라돈 침대 매트리스를 해체해서 주택가 공장에 2년 동안 방치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여름에는 소각 후 매립해도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고 변덕을 부리고 말았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음이온으로 포장된 방사성 제품이 특허를 앞세워 요란하게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가 넘쳐난다. 그렇다고 원안위가 생활방사선법에 따라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신한울 1호기로 상황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쌍둥이 원전인 신한울 2호기도 운영허가가 당장 필요한 상황이다. 다가오는 겨울의 추위와 내년 여름의 폭염도 걱정해야 한다. 불법적으로 중단시켰던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도 서둘러야 한다.

이제 탈원전의 광기도 막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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