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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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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소상공인 살릴 ‘굿 이너프’ 전략 절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22 10:32

박주영 숭실대 경영대학장

박주영 숭실대 경영대학장

▲박주영 숭실대 경영대학장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의 다니엘 밀로 교수는 저서인 ‘굿 이너프’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비판하면서 자연 속 모든 생명들이 대부분 환경에 최적화한 전문종이 아니라 결점을 가지고 있는 일반종인 이유를 밝히고 평범한 종도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기린을 예로 들어 기린이 높은 곳의 먹이를 먹기 위해 긴 목을 가지도록 진화했다고 여겨졌으나, 실제로 기린은 주로 고개를 숙여 덤불이나 어깨 높이보다 낮은 곳에 있는 잎을 즐겨 먹는 것으로 밝혀진 사실을 상기시켰다. 게다가 기린은 뇌까지 피를 순환시키려면 긴 목을 통과해야 하는 탓에 심장이 기형적으로 크고 뇌를 비롯한 다른 주요 기관들이 불균형적으로 작아졌다. 즉 기린의 긴 목이 기린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위태롭게 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생물은 최적의 형질이어서 자연에 선택된 것이 아니며, 그저 극심하게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밀로 교수에 의하면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게 최적화의 법칙인데, 최고를 추구하는 사람은 충분히 훌륭한 적정 수준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적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밀로 교수가 말하는 굿 이너프 법칙이다.

지금은 많이 정비된 전통시장도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마치 기린의 긴 목이 높이 위치한 먹이를 먹는데 최적화된 것이라고 여겼듯이 대형 마트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핵심 요인을 카트를 끌고 다니며 자유롭게 장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 상인들의 요청으로 카트를 지원해 준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은 손에 들고 갈 만큼의 물건을 사면 족한데 시장의 좁은 통로에서 힘들게 카트를 끌고 다니기를 원치 않았고, 상인들도 고르지 못한 바닥으로 인한 카트 소음에 골머리를 앓게 됐다. 결국 시장의 카트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며, 원리를 알아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온다는 것을 간과한 낭비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장은 온라인 대 오프라인의 경쟁구조가 되고 있다. 골목상권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품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더 좋은 품질과 더 좋은 가격, 그리고 더 편리하게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골목상권’의 쇠퇴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기술혁명과 사회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 가운데에서 소상공인의 자생적인 경쟁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기에 정부의 지원이 소상공인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이 경쟁력이 있는 것은 온라인과 물류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자본과 운영 전문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확실성이 높고, 비용 지출이 크더라도 지속적으로 기술투자를 하는 의지와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과 물류 인프라는 한번 투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소상공인들이 대기업처럼 온라인과 물류 인프라를 완벽하게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으로 최고를 지향하는 대기업을 따라 잡으려 소상공인 온라인·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보다는 골목상권에서 ‘굿 이너프’한 전략을 수립하여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소상공인들을 위한 스마트 점포나 무인점포, 단순반복 노동용 로봇 도입을 지원하거나,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위생 시스템을 스마트 기기와 접목하여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소상공인들 생존에 큰 효과를 발휘하는 ‘굿 이너프’ 전략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시기에 휴식과 여가, 다양한 경제활동의 장소로 부상한 집에서 멀리 이동해야 하는 대형 쇼핑몰과 달리 소비자와 가까이 있는 상점가는 집 앞의 작은 쇼핑몰로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새로운 일상)에서 새롭게 존재 가치가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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