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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기술 패권 경쟁.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 이는 모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내외 변수들이다.
각종 위기 극복과 미래차 전환이라는 큰 짐을 짊어진 우리 자동차 기업들이 ‘노조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거대한 정치 세력으로 성장한 노조가 정년 연장, 수천만 원대 성과급 잔치 등 사실상 수용 불가능한 요구를 하며 ‘묻지마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몽니’에 저효율 고임금 구조로 병든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미래차 전환 시기까지 놓치며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유럽·미국 경쟁사들이 수십조 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일사천리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과 대조된다.
◇ 현대차 파업 초읽기···한국지엠·르노삼성도 ‘하투’ 사정권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전날 열린 조정회의에서 현대차 노사간 임단협 관련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전체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얻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조합원의 73.8%라는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한 상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년간 무분규로 임단협 교섭을 타결해 왔다. 올해는 노조가 성과급 지급과 정년 연장을 강력하게 원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본급 9만 9000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만 64세로 정년 연장 등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의 요구안이라고 말한다.
특히 현대차 노조와 기아 노조의 연대 파업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올해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인 기아 노조는 최근 내부 소식지를 통해 "기아지부는 현대차지부의 압도적 쟁의행위 결의를 지지하며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지엠 노사 관계도 ‘극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6.5%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파업을 가결했다. 현재 중노위의 쟁의 조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 확약, 월 기본급 9만 9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가량의 일시금 지급 등을 원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임단협 교섭이 두 달 가량 개점휴업 상태다. 교섭대표 노조인 르노삼성 기업노조는 사측의 기본급 동결 요구 등에 반발하며 지난 5월 내내 전면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사측은 이에 맞서 ‘직장폐쇄’라는 강수를 두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오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아직 작년 임단협 교섭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형국이다. 이 와중에 기존 임단협 요구 사항 외에도 총파업 기간 무노동·무임금 문제와 영업사업소 추가 폐쇄 등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면서 합의점을 찾기는 더욱 힘들 전망이다.
◇ ‘묻지마 파업’ 고착화···"이러다 산업 생태계 붕괴"
업계는 수십 년간 계속된 노조의 ‘묻지마 파업’ 행태가 결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노조가 무조건 파업을 진행하고 정부는 해결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니 사측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만든 비상식적인 단체협약 내용이 엄청나게 많다"며 "공장 생산라인 조절, 해외공장 생산 차량 결정 등에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팰리세이드, 코나, 아이오닉 5 등이 수요가 엄청나도 노조의 정치 입김 탓에 증산을 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해외 공장 건설 등을 통해 ‘노조 리스크’에 대응해 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전환이라는 중대 기로에 선 상황으로 노조에 휘둘리기 보다 ‘새출발’에 가까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노조도 투쟁에 매몰돼 자신들의 밥 그릇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다가는 있는 밥 그릇도 걷어 차이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노사가 힘을 모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발 맞춰 전기차와 자율자동차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뜻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완성차 기업들은 당장 코로나19 변수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반도체가 부족해 상반기에만 7만대 가량의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지엠은 연초부터 공장 가동률을 조절해온 탓에 올해 상반기 판매(15만 4783대)가 전년 동기(16만 6038대) 대비 6.8% 줄었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의 실적도 6만 7666대에서 5만 5926대로 17.3% 떨어졌다.
내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한국지엠(3만 3160대)과 르노삼성(2만 8840대)의 내수 판매는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4만 2170대), BMW(3만 6261대) 보다도 떨어졌다. 그나마도 스파크, 트레일블레이저, XM3 등 경차·소형차를 판매한 실적이라는 점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처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차(트래버스, 콜로라도)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기차(볼트EV, 조에)들은 해외 공장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미국 GM과 프랑스 르노 등 본사에서도 "노조의 파업이 계속되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 7년여간 누적 순손실액이 5조원이 넘어갈 정도로 기초체력이 떨어져 있다. 회사가 망해가는데 수천 만원씩 성과급 잔치를 하겠다는 이 회사 노조원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노동력보다 기술이 중요한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라 ‘노조리스크’는 특히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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