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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정부는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올 3분기에 적용될 전기료를 지난달 21일 발표하면서 전기료에 반영해야 할 3원 가량의 인상요인이 있었음에도 전기료를 동결했다. 당장 한전의 주가는 6.88% 폭락했고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직무 유기와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다만 "하반기에도 현재처럼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연료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 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 마나 한 말이다. 사실 지금까지도 검토는 많이 했지만 제대로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아서 발전사와 한전의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한전 부채는 2017년 108조 8000억원을 초과했고 2020년에 132조 5000억원 가까이에 이르렀으며 중장기 재무전망에 따르면 2024년에는 159조 4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발전자회사들도 올해부터 한전이 정산조정계수를 통한 발전회사 손실보전을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료비연동제를 기회주의적으로 적용한 셈이다. 지난 1월에는 연료비연동제를 적용하였으나 3월과 6월에 지키지 않았다. 1월에는 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적용한 것이고 오를 때는 적용하지 않았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제유가가 내리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기요금을 다시 내리거나 또는 큰 인심을 쓰듯이 동결할 수 있다. 정부에게는 ‘기다림’이라는 버팀수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태도는 지금까지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탄소중립을 외치던 환경친화적인 정부의 모습과 완전히 상반된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사용량을 줄여야 하고, 에너지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을 올리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시장원리를 위배하면서까지 적정이하로 규제해온 전기와 가스가격은 정상화해야 한다.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를 나타내는 ESG 경영과 ESG 투자가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ESG 경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공기업에 대해서는 ESG 경영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점수에 더 크게 반영하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ESG 경영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 등 다른 에너지가격이 올라가는데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은 환경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 즉, ESG 모두를 손상한 것이다. 시장을 왜곡하여 전기요금을 낮춤으로써 환경을 악화시켰고, 올바른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했으며, 한전의 수익성과 부채비율을 악화시켜 주주가치를 훼손시켜 건강한 지배구조를 대주주가 나서서 망친 셈이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ESG 경영이 훼손되었으니 국민연금은 한전주식을 팔아치우든지 아니면 의결권 행사를 통해 한전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몸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가 고통(pain)이다. 고통은 아픔을 주지만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 조심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제이다. 그러나 고통은 타협하지 않는다. 고의가 아니라 실수하였을 때에도 고통은 사정없이 우리의 신경체계를 통하여 아픔을 준다. 타협하지 않는 고통의 존재는 우리가 정신을 차리게 하고 긴장하게 하여 우리 몸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의 연료비연동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재량적(discretionary)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연료비가 오르면 ‘타협’ 없이 전기요금도 올라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자꾸 타협한다. 때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혹해져야 한다. 어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뢰할만한 약속(credible commitment)을 이행할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기회에 왜 우리 정부가 전기요금을 규제해서는 안 되는지 명확해진 셈이다. 전기요금 규제는 다른 선진국처럼 ‘타협하지 않는’ 독립적 규제기관이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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