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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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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유통산업과 메타버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05 10:01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박주영 숭실대 경영대학장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유통산업은 기술과 사회문화적 여건이 들어맞을 때 획기적으로 발전해왔다. 상용화가 된 기술의 도입을 통해 진화를 거듭해온 것이 유통산업의 역사다.

초기 백화점은 철도라는 기술혁신이 수송해 주는 고객의 대량 유입으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으며, 대형마트는 자동차의 보급과 컴퓨터 발달에 따른 산업 및 인프라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한 유통업태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유통업계의 대세가 된 온라인쇼핑은 물류혁신 덕분에 빠른 배송이 가능하게 되어 이제는 신선식품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아마존의 알렉스와 같은 인공지능(AI) 도구는 조만간 온라인 쇼핑이 일상의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최근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가상공간에 유통업체의 입점이 잇따르고 있다. 구찌, 나이키, MLB와 같은 패션 브랜드는 가상현실 속에 브랜드 매장을 두고 아바타가 자사 제품을 착용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CU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한강공원 편의점을 오픈하고, 지하철 등으로 점차 점포를 늘려갈 계획이다.

가상공간에서의 마케팅 활동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점포에서도 가상현실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패션매장에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공간을 설치하여 소비자에게 쾌락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이뤄진 한 연구는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의 충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쾌락적 쇼핑가치라는 점을 발견하였다. 백화점이든 온라인이든 쇼핑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매우 중요하며, 소비자가 쇼핑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은 쇼핑하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메타버스에서의 고객체험마케팅은 고객참여를 통해 쇼핑의 즐거움을 체험하게 하고, 브랜드와 친숙한 관계를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친숙한 브랜드에 호감을 갖고 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활성화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유통산업에서 메타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비록 쇼핑에서 엔터테인먼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사회문화적 트렌드에는 부합하나, 메타버스가 유통산업이 요구하는 기술수준을 어떻게 상용화할지는 미지수이다.

유통산업에 있어서 메타버스의 역할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한 ‘무인 자율주행차’는 막대한 투자에도 AI의 완성도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어 투자금만 날리는 밑 빠진 독으로 변하고 있다.

비록 메타버스에 대한 유통업계의 관심과 기대가 매우 높다고는 하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포함하는 확장현실(XR) 기술이 상용화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VR·AR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XR사업 평균 매출은 13억 6000만원에 불과한데, 콘텐츠 부족, XR 디바이스 부족 등 소비자에게 유상판매할 만큼 기술력이나 콘텐츠 질이 올라오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수년전 알리바바가 뉴욕의 메이시(Macy) 백화점과 손을 잡고 VR쇼핑을 선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VR쇼핑이 활성화되었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막강한 자동차 산업이 밀고 있는 자율주행차도 허덕이고 있는데, 하물며 자동차산업에 비해 훨씬 작은 메타버스 산업의 경우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투자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메타버스가 유통업계의 대세가 되기 위해서는 앞서 성공한 유통업태와 같이 기술과 사회문화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광고나 판촉과 같은 흔한 마케팅 활동의 일환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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