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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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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수소경제는 탈원전과 양립할 수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20 09:31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 2018년 보고서를 통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85% 이상을 탄소화합물인 화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탄소경제의 종말과 무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원인인 탄소에너지를 ‘탄소 없는 무탄소에너지’로 대체하는 것 이외에는 기후변화를 방지할 별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무탄소경제의 한 형태가 수소경제다. 수소는 연소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부산물로 순수한 물만 배출하니 환경오염은 애초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수소는 우주질량의 7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우리 인류의 에너지-환경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도 있는 꿈의 에너지처럼 보인다. 하지만 넘어야 할 장벽이 매우 높고 많다.

수소는 홀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물질과 결합된 상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탄소와 결합하여 메탄의 형태로, 질소와 결합하여 암모니아의 형태로, 산소와 결합하여 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식이다. 따라서 수소를 얻으려면 이들 결합물을 분해해야 한다. 분해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분해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당연히 ‘도루묵’이다. 분해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소위 그린수소가 진정한 수소경제의 에너지인 것이다.

작년에 작성된 수소경제로드맵 상의 그린수소생산 계획은 주로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수전해에 집중되어 있다. 수전해의 경제성은 이용률과 전기비용에 크게 달려 있다. 따라서 태양광·풍력과 결합된 수전해는 이용률과 전기비용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내 태양광과 풍력의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고, 이에 따라 발전단가도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상청 풍력자원지도에 따르면 풍력발전의 최소 풍속기준으로 알려진 초속 6m 이상을 만족하는 장소는 38개 지점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풍력발전 입지 여건은 좋지 않다. 그 결과 국내 풍력발전의 이용률은 20~25%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연간 일조시간은 2312시간 정도로 짧을 뿐만 아니라, 평방미터당 연간 일사량도 985KWh로 미국의 1400KWh 뿐만 아니라 일본의 1167KWh에도 미치지 못해, 태양광의 이용률도 15% 내외로 매우 낮다. 낮은 이용률은 바로 높은 발전단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내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단가는 연구에 따라 다양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최소 100달러/MWh는 넘고 있다.

한편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용률이 20% 이하에 머무르면 전기가격 30달러/MWh만 넘어도 수전해 수소의 경제성은 완전히 상실된다. 국내에서도 이용률 50%를 가정해도 전기를 공짜로 써야 비로소 국내 그린수소의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국 국내 재생에너지의 이용률이 15~25%라는 점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100달러/MWh를 훨씬 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와 접목된 그린수소의 경제성 확보는 난망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맥킨지는 전기가격이 50달러/MWh 이하면 이용률이 50%만 되어도 수전해 수소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내놓고 있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이용률이 80% 이상이고 발전단가가 50달러/MWh 내외인 국내 원전을 이용한 수전해 수소는 경제성을 쉽게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이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수소는 무탄소경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라는 점, 가격경쟁력 없는 수소의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현실적 제약으로 받아들인다면, 경쟁력 있는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역할 또한 인정해야 한다. 수소경제도 탈원전과 함께 가기 어렵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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