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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탈석탄·재생E공급에 허덕이는 발전 공기업…두 달 새 총 9000억 빚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17 16:52

-발전5사, 4월에 총 9100억원 무보증사채 발행

-용처는 대부분 ‘채무상환’...REC구입, 가스비 납부, 태양광, 연료전지 사업 등

-모회사 한전 지난해 이어 올 1분기도 흑자...발전5사는 올해 1조원대 적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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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공기업이 탈석탄의 직격탄을 맞고 허덕이고 있다.

이 공기업들은 최근 두 달 새 회사채 발행 방식으로 총 9000억원의 빚을 내 태양광사업 및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입 등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탈석탄에 따른 발전기 가동률 하락, 전기요금 규제 등으로 수입이 줄어들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 정책 수행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공급 등 지출 부담만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탈석탄으로 지난달 전체 용량 정산금 규모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감소했다. 용량정산금은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실제 가동을 하지 않더라도 발전사의 석탄발전기 투자비와 유지비 등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또 올해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에도 불구하고 연료비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발전비용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연초 올해 1조원대의 적자를 예상한 발전 공기업들로선 최근 일제히 신임 사장을 맞이했지만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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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남부·남동·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개사는 지난달과 이번달 초 총 9100억원의 무보증사채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남부, 남동, 중부발전은 전임 사장 재직 기간에, 동서와 서부 발전은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발행했다.

무보증사채는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 원금의 상환과 이자 지급에 대한 제3자의 보증이나 담보 없이 기업의 신용에 의하여 발행하는 사채다. 공기업인 만큼 신용도는 5개사 모두 AAA등급으로 높다. 5개사가 발행한 무보증사채의 주요 사용처는 대부분 만기가 도래한 채무상환이다.

남부발전은 2200억원의 무보증사채를 발행해 BNK투자증권, SK증권, 미래에셋증권에 이번달 만기인 전단채를 상환했다. 남동발전은 1900억원을 발행해 1200억원은 채무상환에 사용했으며, 700억원은 올해 REC 물량 구입에 사용할 예정이다.

동서발전은 800억원을 발행해 한국전력기술에 투자비 명목으로 800억원을 지급했다. 서부발전은 2300억원의 무보증사채를 발행해 오는 7월 만기인 10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했고, 한국가스공사에 가스비로 700억원, 두산퓨얼셀에 태양광·연료전지사업비 명목으로 600억원을 납부했다.

 

모회사 한전은 작년 이어 올 1분기도 흑자…자회사는 올해도 암울 

 


모회사인 한전이 지난 1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결과 57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한전은 국제유가 등 연료비 하락 영향으로 전력구입비가 하락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1분기 발전자회사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가 전년 동기 대비 127억원 감소했으며, 자회사 연료비는 유가·석탄가 하락, 상한 제약에 따른 화력 발전의 석탄이용률 감소가 주요인으로 작용해 전년동기 대비 1921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발전자회사들은 올해도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자체 전망한 바 있다. 연료비연동제 등 전기요금체계 개편 원년인데도 전기요금 인상이 유보된데다 석탄발전 상한제 시행을 비롯한 탈(脫)석탄 가속화로 전력 판매수익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중부발전 27억원, 남부발전 74억원, 동서발전 442억원, 서부발전은 1090억원, 남동발전 14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하락해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이 급락한데다 불경기로 전력판매량까지 감소한 영향이다. 매출액도 중부발전을 제외하면 전년보다 1조원 가까이 줄었으며 영업이익도 적게는 100억원, 많게는 1000억원 넘게 줄었다. 송배전과 판매를 담당하는 모회사 한전이 지난해 2조원대의 흑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발전 공기업들은 ‘전력시장 개편 및 수익성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 대응 TF’를 꾸려 대응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 전력시장 제도 개선을 위한 세부 추진 방안을 마련해 하반기부터 정부 및 전력 그룹사와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신재생 발전량 변동성에 대응하는 복합발전기에 대한 보상 체계 현실화와 석탄용량요금 개선, 연료비 원가 및 정비 비용 절감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탈석탄은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발전 공기업들이 석탄발전소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 액화천연가스(LNG) 전환 확대, 사업 다각화 등의 생존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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