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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 미래사업 동맹 1년···현대차 펄펄날고 vs 삼성 투자는 시계제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12 15:58

이재용 구속 여파···미래차·신사업 진도 안나가는 삼성
정의선 리더십 다진 현대차, 전기차·UAM 등서 ‘존재감 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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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삼성이 만든 배터리가 현대차 전기차에 탑재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재계 1·2위 대기업 총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단 둘이 만났다는 점이 포인트. 자율주행차, 하늘을 나는 차 등 신사업 협력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작년 5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만났을 당시 재계 분위기다.

‘깜짝 회동’이 성사되고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두 회사의 행보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체질 전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시계제로’ 상태다. 글로벌 시장 환경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라 삼성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미래차, 차세대 배터리 등 삼성과 협업할 분야가 많은 현대차 입장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 부회장과 회동 이후인 작년 10월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며 경영 관련 ‘큰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정 회장이 집중하는 분야는 크게 △미래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수소경제 등이다. 리더십을 앞세워 신사업을 발굴,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그룹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현장 행보도 돋보였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수소경제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고, 총수 최초로 노조 지부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1조원을 베팅해 세계 최고 기술력을 지닌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한 게 화룡점정이다. 정 회장은 이 회사 인수를 위해 사재도 2400억원 가량 털어 넣는 초강수를 뒀다.

올해 들어서는 현대차·기아가 차세대 플랫폼을 바탕으로 각각 아이오닉 5, EV6 등 전기차를 신모델을 선보였다.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UAM 사업에서도 인재 영입과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자동차만 팔던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에서는 사업 다각화를 꿈꾸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 부회장이 올해 1월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되면서 굵직한 투자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새 먹거리로 점찍은 수소경제 분야에서도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을 정도다. 10대 대기업 중 수소 관련 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곳은 삼성과 LG 뿐이다.

문제는 지난 1년여간 글로벌 시장 환경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이 계속되며 산업 생태계가 변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며 국제 무역 질서가 새로운 형태로 구성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양상이 펼쳐지고 있어 총수의 부재가 뼈아픈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리더십을 잃은 삼성이 자칫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달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내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도 새로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은 두 차례 서로의 사업장을 왕래하며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작년 5월 13일에는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같은 해 7월 21일에는 이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를 방문했다. 두 사람은 당시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UAM 등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에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 부재로 대기업 총수들의 ‘팀 코리아’ 구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해 이 부회장과 더불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과 자리를 마련해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 주도로 4대그룹 총수들이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이 조용하다보니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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