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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자가진단키트 판매현장 "찔끔 공급에 구입 하늘의 별따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05 11:23

- 약국 판매 나흘째…7곳 중 1곳만 판매

- 무료 PCR검사에 부정확한 결과로 구매자 적어

- 오히려 확진자 방문 우려에 판매 꺼려

자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일대 한 약국에서 SD바이오센서의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나경 기자] "집근처 선별검사소에서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검사를 굳이 1만6000원을 내고 검사하려고 안 하죠."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약국에서 의료진의 도움 없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가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건부 허가한 항원방식 자가진단키트 SD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셀트리온 등 총 3가지 제품이다. 진단키트 가격은 1만5000~1만6000원대며 제품 1개에 두 명 치 검사 분량이 들어 있다. 면봉을 양쪽 콧속에 넣어 분비물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진단키트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자가진단키트 판매가 시작된지 나흘째 되던 지난 4일에도 서울 시내에서 자가진단키트를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따기 만큼 어려웠다. 이날 오후 3시 기자는 서울 종로구 일대 한 소형 약국을 찾아 자가진단키트 판매 여부를 물었지만, 들여오지 않았다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다. 추후 판매 계획에 대해 묻자 이 곳 약사는 "물량도 너무 적게 풀리는 상황이라 급하게 들여올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종로 일대 다른 약국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기자는 이날 종로구 일대 약국 7곳을 방문했지만, 1곳을 제외하곤 모두 허탕이었다.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는 한 곳마저도 SD바이오센서 자가진단키트 한 종류의 제품밖에 찾아 볼 수 없었다.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는 종로구 A약국의 약사는 "전국적인 판매가 돌입된 날부터 빠르게 주문한 덕분에 약국에 자가진단키트를 들여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가진단키트 하루 판매량을 묻는 기자에게 오늘 첫 구매 고객이라고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판매를 해도 찾는 수요가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판매가는 1만 6000원. 약사는 구매 시 간단한 사용설명서와 함께 진단키트 사용법을 전달해줬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손님은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다소 놀란 눈치였다.

다양한 상가가 밀집해 있는 빌딩의 한 대형 약국의 약사는 자가진단키트 판매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하러 오는 사람이 곧 코로나 감염자일수도 있는 상황이라 약국 내 구비할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는 것. 이 곳 약사는 "자가진단키트 팔다가 확진자가 발생해 확진자 방문 약국으로 낙인찍히면 그게 더 난감하다"면서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하러 온 손님 역시 사용법을 잘 몰라 업무 중에 일일이 사용법을 안내하는 것도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진단키트 구매 의사를 물을 때마다 주변 손님들의 불편한 시선이 꽂히기도 했다.

자가진단키트를 보유한 인근 약국의 약사 역시 "오늘 하루 동안 자가진단키트를 찾은 손님은 한명도 없다"며 "손님들 입장에선 검사 방식이 정확하지도 않고 가격도 싼 편이 아니고 약사들 역시도 이런 측면에서 제품을 무작정 들이기보단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정부 역시 PCR 검사 대비 정확도가 낮은 점을 고려해 자가진단키트를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29일 자가검사와 관련해 "자가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지체 없이 PCR검사를 받아야 하고, 음성이라도 가짜 음성일 수 있어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는 PCR검사를 별도로 받는 것이 필요하고, (자가검사 결과가) 양성인 경우는 자가격리 수칙을 지켜달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어 "반응시간이 초과하거나 검사시 이물질로 오염된 경우에는 가짜 양성이 나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자가검사 전후 주변을 환기하고 깨끗하게 손을 씻고 검사를 해야 하며 검사에 사용한 면봉, 키트, 장갑 등은 비닐에 밀봉해 잘 폐기해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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