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픽사베이 |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코로나 국면 지속 상황에서도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달 주춤했던 원자재 가격이 이달 들어 다시 최고가를 갈아치우자 호조 분위기를 이어가던 글로벌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가 완전히 회복세에 접어든 게 아닌 만큼 원자재 값이 급등한다면 물가 상승에 따라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분석에서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경기 부양책을 진행하고 녹색 에너지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최근 구리와 알루미늄, 철광석 등 주요 광물들 가격이 다시 최고가를 새로이 쓰고 있다. 특히 실물경기 바로미터로 통하는 구리가 톤당 1만달러에 육박하면서 10년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닥터 코퍼’(Dr.Copper)라고 불리는 구리는 지난달 29일 1t당 9990달러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최고가를 경신했다. 최근 거래일인 지난달 30일에도 9949달러에 팔려 1만달러를 넘기기 직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구리는 전자제품부터 건설자제까지 산업 전반에 쓰이기 때문에 실물 경기를 바로 가늠할 수 있어 경기를 전망하는 선제 지표로 여겨진다.
같은 날 주요 광물에 속하는 아연은 전년 평균대비 28% 오른 2904달러에 거래되면서 1t당 가격이 3000달러에 육박했다. 알루미늄은 1t당 2445달러로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유연탄과 철광석 가격도 오름세다. 올해 초 93달러까지 찍은 뒤 지난달 중순 71달러선까지 하락한 유연탄은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어 1t당 89달러에 거래됐다. 철광석 가격도 1t당 192달러를 찍으며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철광석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세계 주요국들이 경기 부양책을 펼치면서 건설·인프라 투자가 활발하며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철강 수요는 18억700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가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닌 만큼 갑작스러운 원자재 값 상승은 경기 회복을 오히려 늦출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물경제 활동이 잠재 수준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바라보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한다면 기업의 제조비용 부담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 물가가 올라 되려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기 회복세가 더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라는 소재 가격이 올라가면 최종 제품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제조업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있어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건 제품 가격에 긍정적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실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압력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월비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에 5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원재료 값 상승으로 코카콜라와 하기스 기저귀 등 소비자 제품 가격이 대대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6% 올라 2012년 이후 9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경기 부양책에 이어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가 대거 들어설 계획인 만큼 주요 광물들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확장되는 가운데 전통 인프라 뿐 아니라 신재생 인프라까지 긍정적으로 원자재 수요 전망을 지지하고 있다"며 "특히 탄소중립 목표에 따른 전원 믹스 변화로 구리나 알루미늄 등 전력 의존도가 높은 금속 생산원가가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