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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세종대 교수 |
기업경영 패러다임은 시대적 여건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기업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산업화 초기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큰 힘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에서부터 종업원, 소비자, 금융기관, 정부, 지역사회, 학계, 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해왔던 것이다.
ESG 경영의 등장 배경도 이러한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2년 리우회의에 즈음하여 기존의 성장위주 경제 패러다임이 지구의 미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아래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지향하는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이 대두되었고 이를 기업 차원에서 이행하는 환경경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2002년 소위 리우+10을 전후하여 사회적 측면이 추가로 강조되면서 환경·경제·사회의 3대 축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경영의 단계로 발전하였다. 그로부터 다시 10여년이 지난 후부터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ESG 경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에서 비롯된 기업의 책무가 사회적 책임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요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따라 변화해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ESG의 3대 요소 모두 중요하고 기업이 꼭 실천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전략적 방향이나 구체적인 실천에 있어 각각의 난이도는 다를 수 있다.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 영역이나 경영진의 철학 또는 조직문화에 따라서도 제각기 다를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두루 고려하더라도 대다수의 기업이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고 효과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는데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소가 ‘환경’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바로 환경적 대응을 요구하는 이해관계자의 특성 때문이다.
기업의 환경측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핵심적 이해관계자는 누구일까. 기업 활동에 따른 환경문제로 인해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에 대해 노심초사하며 우려하는 자가 누구인가 등을 따져보면 될 일이다. UN과 같은 국제기구를 비롯하여 각국 정부, 지역사회, 환경단체, 나아가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지구인들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환경악화를 걱정하면서 이를 개선할 획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으며 최근 들어 그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환경파괴의 최대피해자인 핵심 이해관계자는 지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만히 보고 있거나 그냥 끙끙 앓기만 할 뿐이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와 자기 주장을 하지도 못한 체 고스란히 그 아픔을 당하고 있는 ‘자연생태계’가 바로 핵심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전쟁터 같은 상황을 헤쳐가고 있는 기업이 과연 이들을 고려한 경영전략을 마련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경영을 내세우며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어 왔지만 아직도 대다수 기업경영자들은 환경을 고려한 기업경영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용부담이 늘어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이대로 둬도 괜찮은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는 신호가 요란스럽게 울리고 있다. 산과 들이 파괴된 지는 이미 오래고 그동안 소홀하게 다루었던 해양생태계의 신음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음도 높아지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생태환경의 파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세대의 무신경한 생활로 망가진 지구를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없다는 자성론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며, 이것이 바로 ESG 환경전략의 출발점이 된다.
이제 지속가능한 기업의 방향은 미래세대와 자연생태계를 고려한 친환경 전략에서 찾아야 하며 그 기회를 놓치는 기업은 존립을 보장받기 어렵게 될 것이다. 지금 바로 미래세대와 자연생태계의 관점에서 나와 우리 회사의 모습을 투영해 보고 그 토대 위에서 필요한 전략과 대안을 창의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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