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4월 14일(수)

연탄사업 출발 '에너지 1세대' 기업들 변신 잰걸음…외식서비스 등 사업다각화 ‘활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15 16:17   수정 2021.02.17 07:26:22

대성·삼천리·경동, 서민연료 연탄부터 도시가스까지
친환경 에너지 전환+사업 다각화 등 다양한 변화 시도

에너지 1세대(수정)

▲왼쪽부터)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유상덕 삼탄 회장, 손경호 (주)경동 명예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연탄에서 출발해 도시가스로 확장하더니, 이제는 친환경 에너지에 이어 건강보조식품 및 자동차 판매, 레스토랑 운영 등 생활문화까지."

70년 역사를 써온 국내 1세대 에너지 기업들의 변신이 무섭다. 3세대 경영체제를 완성했거나 목전에 둔 이들 기업의 사업 다각화가 눈에 띈다. 기업경영은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한다. 특히 부침이 빠르고 심한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한 세대를 넘겨 기업을 유지·발전시키기란 기적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대성·삼천리·경동 등 1세대 에너지 기업이 연탄으로 사업을 시작해 에너지 기업의 명맥을 유지하면서 활발한 사업다각화를 통해 성장과 발전을 이뤄나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3개 기업의 3색 경영을 통해 국내 1세대 에너지기업의 변천사를 알아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연탄과 탄광산업부터 도시가스까지 서민 에너지 중심을 굳건히 지켜온 대성·삼천리·경동이 친환경 에너지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또 사업다각화를 위해 외식과 통신업 등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서민들의 삶 중심에는 연탄이 있었다. 국내에만 347개 탄광과 211곳의 연탄 공장이 있을 정도로 연탄은 필수품이었다. 그러나 주거형태가 바뀌면서 사양길에 접어든다. 1970년대부터 아파트가 대대적으로 들어서면서 집단 난방 시스템이 적용됐고 ‘88올림픽’ 이후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연탄 소비가 줄었다. 연탄의 퇴장길에는 도시가스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연탄 소비량은 80% 이상 감소했고 이에 따라 탄광이나 연탄공장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전 세계가 탄소중립과 그린에너지에 집중하는 만큼 친환경·신재생 에너지가 주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변화의 가운데 1세대 에너지 기업들의 고심도 크다. 에너지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는데다가 수요에 큰 변동이 없다는 사업적 성질 때문에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대주 전 대한석탄협회 부회장은 "에너지 사업을 이끌어 온 1세대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친환경이나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다"며 "특히 세계에서 에너지 소비가 제일 많은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에너지 업체들의 사업 장래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업체들이 외식업이나 통신업 등 비에너지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성, 한 길만 걷는 에너지 정통가

‘한 우물만 파는 기업가’로 정평이 나 있는 창업주 고 김수근 명예회장은 1947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국내 최초의 연탄공장을 세우고 ‘대기만성’의 줄임말을 붙여 대성산업공사를 창립했다. 이후 1959년 왕십리 연탄공장을 인수하면서 대성연탄을 설립해 서울 진출에도 나섰다. 일 년 뒤에는 문경탄광을 인수하면서 탄광개발사업까지 착수했다.

대성그룹은 1964년 대한석유공사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LPG(액화석유가스) 판매업에 나섰다. 그러나 1·2차 오일쇼크를 겪고 연탄과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무공해 연료로 각광받던 LNG(액화천연가스)로 사업 아이템을 선택했고 1983년 대구도시가스와 서울도시가스(SCG)를 설립했다. 가정용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가스보일러인 회사인 대성쎌틱도 세웠다.

김 명예회장은 1980년대 후반 국내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에도 적극 참여했다. 석탄부문의 경우 호주 드레이튼 탄광 등에 합작 투자해 중국과 캐나다, 남아프리카 연방국, 인도네시아 등 석탄회사와 제휴를 맺었다. 또 리비아와 베트남, 미국 등 해외 유전과 가스전 개발에도 투자했다.

지난 2001년 김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2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세 아들들이 치열한 경영권 분쟁 끝에 대성의 계열사를 분리했다.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영대 회장은 대성산업 계열을, 차남인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그룹 계열을, 삼남인 김영훈 회장은 대성홀딩스(옛 대구도시가스) 계열을 각각 이끌고 있다. 장남 김영대 회장과 삼남 김영훈 회장은 ‘대성’ 사명을 차지하기 위해 법정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김영대 회장이 이끄는 대성산업은 △각종 유압기계와 첨단 기계류를 생산ㆍ판매하는 기계사업 △네트워킹ㆍ시스템 구축 컨설팅 등으로 정보화를 이끄는 컴퓨터시스템사업 △미래 대성그룹 주력 사업으로 성장할 건설사업 △고품질 식품ㆍ건강보조식품을 수입ㆍ유통ㆍ판매하는 식품사업에 이르기까지 총 10개의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대성산업의 경우 당초 김영대 회장의 장남인 김정한 전 사장이 퇴임 후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김신한 대성산업가스 사장에게 경영권이 쏠리고 있다.

삼남인 김영훈 회장이 이끄는 대성그룹은 매립가스를 자원화 하는 사업과 플라스틱 등 생활폐기물을 고형연료로 만드는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자체 개발한 태양광·풍력 복합발전시스템을 몽골과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에콰도르 등에 보급하며 국내 재생에너지 기술력 선점에 나서고 있다.



1세대 기업 본사

▲국내 1세대 에너지 기업인 대성산업·삼천리·경동의 본사

◇삼천리, 66년 동업으로 이어진 도시가스 1위

한국전쟁시기 함흥에서 처음 만나 시작된 두 청년의 우정은 66년 동안 대를 이어가고 있다. 삼천리 도시가스의 창립자인 고 유성연·고 이장균 명예회장은 1955년 ‘우리 제품으로 삼천리 반도를 석권하겠다’는 포부를 내걸고 ‘삼천리 연탄기업사’를 세웠다.

창립 이후 10여년 동안 실적이 52배로 성장한 삼천리 연탄기업사는 1966년 ‘삼천리 연탄주식회사’ 법인으로 거듭난다. 이후 1970년 당시 굴지 탄광회사인 삼척탄좌를 인수해 석탄·연탄 생산 사업을 시작하며 국내 연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삼천리가 도시가스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때는 1982년이다. 경인도시가스를 인수한 뒤 인천시와 경기도 서남부 지역을 주 공급권역으로 확보했다. 삼천리는 1996년 국내 도시가스 판매량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끈끈한 동업관계를 유지하며 삼천리를 이끈 유성연·이장균 창업회장에 이어 1993년 아들인 이만득·유상덕 회장이 각각 삼천리와 삼탄 회장에 동반 취임했다. 이만득 회장은 업계 최초로 삼천리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장균 선대회장이 창업주로서 에너지분야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면 아들인 이만득 명예회장은 선대의 유지를 이어가면서 에너지와 비에너지사업을 조화롭게 추진하고 있다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현재 창업주의 3세인 이은백 삼천리 사장과 유용욱 ST인터내셔널(전 삼탄) 기획조정실 실장이 삼천리 주식을 각 9.18%씩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승계 구도가 잡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삼천리는 올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한준호 회장과 이찬의 부회장, 유재권 사장 등 전문 경영인들을 필두로 ‘미래를 향한 변화와 혁신’이라는 경영방침 아래 그룹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삼천리그룹은 2000년대 이후 사업 다각화를 위해 관계사를 설립·인수하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도시가스사업을 중심으로 연료전지·CNG(압축천연가스) 충전·기후변화 대응 사업 등 다양한 연관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10여년 전부터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에 적극 참여해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또 2008년부터는 에너지산업뿐만 아니라 생활문화 사업 분야에도 진출했다. 외식사업으로는 모던 중식당인 ‘Chai797’과 한우등심 전문점 ‘바른고기 정육점’ 등 브랜드를 출범해 전국 40여개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수입차 딜러 사업을 진행하는 삼천리모터스는 BMW 공식 딜러사다.

가계도

▲1세대 에너지기업 주요 가계도

◇경동, 탄광 맥 이어가며 K-보일러까지

강원도 삼척시 도계에 국내 유일한 민영 탄광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상덕광업소의 주인은 바로 경동이다. 경동의 역사는 창업자인 손도익 명예회장의 자택 뒤 텃밭에서 시작됐다. 하루에 200장씩 연탄을 찍어내어 직접 배달까지 했던 손 명예회장은 1957년 9월 연탄 제조 업체인 초량연료기업사를, 1967년 왕표연탄을 세웠다.

이후 제1차 오일쇼크로 국내 에너지 여건이 어려워지자 서민연료인 연탄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석탄 생산 업체를 인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흥국 탄광을 인수했다. 이후 3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던 1974년 경동탄광을 설립했다.

손 명예회장은 선진국의 경제성장 속에서 주 에너지원이 연탄에서 기름, 기름에서 가스로 바뀌는 흐름을 간파했다. 1978년 손 명예회장은 지금 경동나비엔의 모태인 ‘경동기계주식회사’를 세웠다. 이후 경동나비엔은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보일러를 출시했다. 경동나비엔은 현재 국내 보일러업계 ‘빅3’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01년 손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장남인 손경호 경동도시가스 명예회장과 차남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 삼남 손달호 경동에너지 회장은 경동그룹을 셋으로 분리해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주)경동과 경동도시가스는 손경호 명예회장과 그의 사위인 송재호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을 이끌고 있다. 현재 손경호 명예회장의 아들인 손원락 경동도시가스 경영총괄 상무가 3세 경영자로 손꼽힌다.

차남 손연호 회장은 경동나비엔을 관할하고 있다. 손연호 회장이 이끄는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12.9% 증가한 8739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8.4% 증가한 665억3400만원이다. 글로벌 시장도 공격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법인을 시작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북미지역 콘덴싱보일러와 온수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삼남 손달호 회장은 경동그룹의 뼈대인 왕표연탄의 맥을 잇는 원진그룹의 대표이사다. 산업시설 내연재 업체인 (주)원진을 중심으로 자회사인 원진월드와이드와 경동바이오테크 등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경동은 여러 계열사를 통해 에너지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경동건설과 경동이앤에스 등으로 건설 및 에너지 시공분야에 발을 들였다. 또 차세대 주력 에너지로 떠오르는 친환경 소재 사업을 운영하고자 경동바이오테크와 그린바이오매스 등 계열사도 넓히고 있다.


오세영 기자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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