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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 ‘체질개선’ 속도 내는데···리더십 부재 삼성은 '경영시계' 멈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21 20:00

정의선 ‘미래차·로봇’ 적극 투자...구광모 모바일 대신 전장 ‘베팅’



‘이재용 구속’ 삼성 경영시계 올스톱..."글로벌 경쟁력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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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회사 체질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리더십 부재’ 상태인 삼성그룹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와 LG가 ‘젊은 오너’의 결단을 바탕으로 전기차, 로봇,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삼성의 총수 공백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 물 만난 정의선·구광모···미래차·로봇·AI 등 ‘광폭행보’

2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젊은 회장이 경영의 전권을 맡은후 다양한 사업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단순한 자동차 회사에서 ‘종합 모빌리티 회사’로 도약시키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작년 12월 세계 최고 로봇기술 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향후 그룹 매출 비중이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 30%, 로봇 20%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11억달러(약 1조 2000억원)을 과감하게 베팅했다. 정 회장이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우고 일을 추진했기에 성사된 ‘딜’이다. 정 회장은 이 회사 인수 과정에서 자신의 사재도 2400억원 가량 털어 넣었다.

시장에서는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 로봇 개발 역량 향상은 물론 향후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시너지 등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차량 출시가 임박했고,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기술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정 회장 진두지휘 아래 해외 스타트업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정 회장은 또 현대차그룹 회장 자격으로는 19년만에 노조 집행부를 만나는 ‘소통 리더십’도 보여줬다.

LG그룹 역시 ‘구광모 체제’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적자를 이어온 휴대폰 사업을 접고 자동차 전장과 인공지능(AI)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LG전자는 전날 수년간 적자를 기록한 모바일(MC) 사업부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성장성 없는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해 미래 성장 동력을 집중적으로 키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LG전자가 최근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이하 마그나)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전장사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해 전기차용 배터리 등 미래 산업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 회장은 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Alphonso Inc.)를 인수하는 데도 관여했다고전해진다. 기존 가전·TV·부품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군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접목함으로써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AI 전담조직 ‘LG AI 연구원’을 출범한 것도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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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韓 대표기업 삼성 경영시계는 ‘고장 상태’···이재용 구속 여파

반면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재판을 받는 4년여간 눈에 띄는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총수가 정치적 분쟁에 따른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탓에 삼성 내부에서 발 빠른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특히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은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한다 하더라도 당장 뚜렷한 ‘플랫 B‘를 찾기 힘들다.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에 나설 태세지만 코로나19 검사 등으로 한달여간 면회가 금지되는 등 변수가 많다.

문제는 삼성그룹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 환경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물론 △미국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 △미국 엔비디아, 대만 TSMC, 한국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는 ‘빅딜’ 등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의 ‘리더십 부재’가 이전과는 다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은 앞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고 이듬해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기까지 1년여간 컨트롤타워 없이 표류했다. 당시 대규모 투자계획과 중대한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그룹 인사가 연기되는 등 회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경쟁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9조 3000억원을 쏟아 하만을 인수한 이후 조 단위 인수합병(M&A)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시계가 멈춘 삼성이 자칫 결단의 시기를 놓치고 글로벌 경쟁력을 잃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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