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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신축년, 금융소비자보호의 해가 되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03 11:50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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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참으로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지난해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각종 사모펀드에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라임펀드만 해도 1조6000억원 상당의 금융피해가 발생했으며, 환매가 중단된 5000억 규모의 옵티머스 펀드는 예상 손실률이 90%로 확정되면서 4600억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작년 한해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자산운용사, 판매사 등 곳곳을 오가며 시위를 벌였다.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금융사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또 다른 펀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펀드 사고에 연루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소송을 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펀드 사고와 관련해 금융사 CEO에 내부통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린 것이 전례가 없었던 만큼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취지였다.

이와 별개로 금융사들은 투자자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금의 일부를 가지급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판매사들의 책임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의 선지급 방안을 놓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사들을 믿고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입은 금전적 손실과 심적인 고통을 생각하면 이런 비아냥도 기꺼이 감수해야할 노릇이다.

물론 2020년이 모두에게 안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코스피가 개인투자자들의 저력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개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로 코스피가 1400선까지 급락할 당시에도 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주식을 사들였다. 과거에는 개인들이 테마주 등 단기 변동성을 추구하는 종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작년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나 비대면 등 코로나19 산업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개인들의 꾸준한 믿음 덕에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말 사상 처음으로 8만원대 고지를 뚫었다.

참으로 다사다난한 2020년이 지나고 드디어 2021년 신축년의 해가 밝았다. 2021년 신축년은 '흰 소의 해'라고 한다. 금융권에서 ‘소’의 의미는 참으로 남다르다. 증권가에서 소는 강세장을 상징한다. 황소(bull)가 싸울 때 뿔을 아래에서 위로 치켜들면서 공격하는 모습이 마치 주가가 우상향하다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실제 다수의 증권사들은 2021년 코스피가 3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강세장 만큼이나 금융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단어가 있다. 바로 소비자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았던 지난해에도 은행과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은 그 어느 산업군보다 탁월한 리스크관리 능력을 보이며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 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경영환경 속에서의 호실적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사안이다. 다만 수치로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리스크관리 능력, 즉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부분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丑)는 성실과 신뢰, 우직함과 정직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금융사들은 펀드 사고를 계기로 더욱 우직하게 소비자 보호에 힘써야 한다. 소비자 보호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사상최대 실적, 코스피 3000시대의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다. 2021년 새해는 모든 금융사들이 소처럼 우직하게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던 한 해로 기록되길 바란다.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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