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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국제유가가 8개월 사이 최고치를 찍으면서 향후 유가 전망에 관심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대감, 아시아 지역의 수요회복과 산유국 공급축소 등이 유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일각에서는 팬데믹(대유행) 이전으로의 회복이 불확실하다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3월 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배럴당 1.78%(0.80달러) 오른 45.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1.57%(0.75달러) 오른 48.5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긍정적인 소식이 원유 수요 회복 기대감을 키우는 가운데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유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 원유 재고량은 75만 4000배럴 감소했다. 미 원유 재고가 12만 배럴 이상 증가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예상을 뒤엎은 결과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써드브릿지의 피터 맥널리 총괄은 "유가가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는 상승세는 여태껏 보지못했다"며 "최근 들어 원유 수요공급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 낙관 전망 "백신 기대감...내년 여름, 브렌트유 60달러 돌파할 것"
전문가들은 백신 기대감에 이어 중국, 인도 등 지역에서의 수요 회복이 앞으로 유가를 계속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며 내년까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UBS 자산운용의 지오바니 스타노보 애널리스트는 "원유는 백신 소식과 아시아 수요 강세에 힘입어 3월 초 이후 최고치에 거래되고 있다"며 "2021년 말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에서 원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과 인도 정유사들은 1월 인도분 원유에 대한 입찰을 대거 발행했다"며 "아시아에서 수요가 강한 점이 시사된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을 들면서 향후 여행 관련 제한사항이 완화돼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여름까지 배럴당 60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의 감산 연장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도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OPEC+는 다음 주 회의를 통해 감산 연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OPEC+이 현행 하루 77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3개월 더 연장해 브렌트유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47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브조나르 톤하우겐 원유시당 대표는 "백신이 개발되고 빠르게 공급될 것이란 기대감이 상승세의 상당 부분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OPEC+가 2021년 1분기까지 감산량을 연장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 또한 유가상승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부정 전망 "수요 우려 여전...팬데믹 이전 회복 불확실해"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낙관적인 전망과 반대로 팬데믹의 여파가 중장기적으로 원유시장을 짓누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미국 대형 석유기업 엑손모빌 내부 문건에 따르면 앞으로 7년 동안 유가가 11∼1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WSJ은 엑손모빌이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10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엑손모빌은 유럽의 석유 메이저와 달리 유가전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입수된 문건은 지난 9월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지난해 국제유가 전망에서 브렌트유가 2025년까지 배럴당 평균 62달러를 기록한 뒤 2026년과 2027년에는 배럴당 7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엑손모빌은 향후 5년간 배럴당 평균 55달러에서 움직이고 2026년 2027년에는 배럴당 6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유가가 올해 저점대비 어느정도 오른 만큼 감산에 대한 OPEC+의 결속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OPEC+이 현행 감산을 3개월 더 연장시킬 것이란 전망이 시장의 최소 기대치로 떠오른 만큼 감산연장 합의가 부결되면 유가폭락이 불가피하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폴 혼셀 애널리스트는 "유가반등으로 각국 에너지 장관들의 안도감이 강할수록 감산을 통한 시장안정화 대책에 대한 (OPEC+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