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안희민 기자] 정부가 탄소세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적절한 시행 시기를 찾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 문창용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지난 16일 한 국제학술회의의 ‘녹색성장과 탄소세’ 세션에서 “재정위기 대처 방안으로 탄소세 도입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국민적 수용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탄소세가 산업경제 전반의 경쟁력 하락과 저소득층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 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못박지 않았다.
그간 탄소세 국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게 중론이었다. 영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 도입 후 거래 활성화 보완책으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에서야 시행했다. 녹색성장의 롤모델로 불리는 덴마크도 ‘탄소세’를 독자적인 세목으로 두지 않고 기존의 에너지세제에 관련 법규를 삽입해 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도 “전기 요금이 현실화돼 영국처럼 탄소세가 전기 요금에 포함될 수 있어야한다. 덴마크처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이 필요하다”며 “탄소세를 도입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밝혔다.
한국조세연구원 안종석 본부장은 “대학 교수 등 전문가집단에게 각 부처가 탄소세 용역을 맡겨왔으며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림대 김승래 교수는 EU의 탄소세제 개념에서 한단계 도약, 녹색세제와 예산 개혁 내용을 포괄하는 GTBR(green tax reform+green budget reform) 개념을 선보였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의 환경세는 세목이 교통부분에 집중돼 있고 세수의 용처도 도로 건설뿐이어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2011년 GDP에서 환경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높으나 소비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세금을 좀 더 올려 에너지소비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탄소세 도입을 강조했다.
안 교수가 인용한 이론은 피구세(pigouvian tax) 개념으로 세금 부과를 통해 에너지 낭비 등을 줄여나간다는 내용이다. 피구세는 영국의 경제학자인 아서 피구가 고안한 것으로 나쁜 외부효과를 유발한 주체에게 세금을 물리는 세제를 말한다.
영국 재무부의 마이클 스탠스필드 환경교통세제팀 부팀장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활동에 탄소세를 부과한 결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고 원전과 화석에너지 사용이 줄었다”고 소개했다.
스탠스필드 부팀장은 “온실가스를 현격히 줄인 기업은 탄소세를 면제받고 동시에 남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남겨 이중혜택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국은 기업에게만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고 탄소세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있어 우리나라 현실과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 에너지청 제이콥 베스트럽 기후변화에너지연구부장은 에너지세제에 편입된 덴마크 탄소세 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덴마크 정부가 석유파동 이후 교통운송 부문과 지역난방 부문을 주시해 1992년부터 탄소세 개념을 도입했다”며 “기업과 가정에 탄소세가 부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세를 운영한 결과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1990년 7%에서 2011년 현재 20%까지 늘었으며, 2012년 바이오 에너지사용정책을 법제화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2050까지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 사례는 기업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탄소세를 적용하고 있어 우리정부 관련부처들의 환경을 받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덴마크는 연교차가 적어 열병합 발전이 효율적이고 여기에 과세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열병합 발전에 적합한 기후여건이 아니어서 탄소세를 가정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플로어에서 질문에 나선 영국대사관 김지석 기후변화선임담당관은 “도대체 탄소세 도입을 위한 적정 시기가 언제냐”며 “한국정부가 너무 눈치만 보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질문했다.
기재부 문 정책관은 “정부가 법인세와 소비세 감세를 논의할 때가 적기였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며 “현 정권에서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어렵고, 다음 정권 초기에 활발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스탠스필드 부팀장은 “탄소세 도입에는 시기가 따로 없다”며 “우선 도입해 운용의 묘를 살려 경험을 쌓은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밭대 조 교수는 “전기 요금 향상이 우선이며 유류세 등 기존 세원에서 탄소세 도입을 연구해볼만하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김승래 한림대 교수는 그러나 “탄소세 도입이 10년 정도 유보되면 GDP 대비 4%의 추가 부담이 발생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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