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4일(금)

에너지경제

[EE칼럼] 한전이 연이어 자충수 두는 이유

에너지경제 ekn@ekn.kr 2020.09.09 13:42:38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지난달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한전의 영업이익이 상승해야 하는데 왜 영업이익이 하락했는지를 물은 것이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전년 대비 배럴당 6달러 하락했음에도 한전의 영업이익이 1조1000억원 하락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김종갑 한전 사장은 원전 가동률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고 그것은 안전문제이지 탈원전 정책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두 가지 생각이 있다.

첫째, 원전 가동률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한빛3·4호기가 공극에 대한 보강방안을 놓고 영광지역 민간단체인 한빛원전 범군민대책위원회의 꾸준한 문제제기로 인해 3년째 서있기 때문이다. 그간 생산하지 못한 전력량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원전 2기를 새로 지을 비용이다. 격납건물의 보강방안을 놓고 3년을 세워두는 것이 탈원전 정책의 영향인지 아닌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

둘째, 원전 가동률이 낮아지면 한전이 영업손실을 보는 것이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 아니라 치더라도 미래에 원전의 가동기수가 줄어들면 한전의 영업손실이 난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전은 약190억 원을 투자한 30메가와트급 미국 콜로라도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당초 전력생산을 통해 25년간 매출 약 2500억 원을 올려 연평균 수익률 7.25%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실제 발전량은 계획의 80~88%에 불과했고 태양광 패널 유지보수비 등 일반관리비 지출도 커서 2017년 수익률은 4.7%였으나 2018년에는 0.7%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11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한전은 ‘제대로 면밀하게 경제성을 검토하지 않고 장밋빛 계획으로만 투자한 결과’라고 답했지만 석연치 않다. 과연 한전이 태양광 설비의 실제 발전량이 그 정도일 것을 몰랐을까? 일반관리비가 높을 것을 몰랐을까? 사업을 하다가 보면 이득을 보기도 하고 손실을 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전이라는 초거대기업이 11억 원 적자가 그렇게 큰가? 오히려 손실을 보더라도 미국 내 발전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거점으로 다른 발전소 수출전략의 측면에서 유리한 것이지 않을까? 이미 세계 20여개 국에서 화력, 원자력, 송배전, 신재생에너지, 자원개발 등 다양한 해외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해외부문의 비중을 2025년까지 전체 매출의 27%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었지 않은가? 설령 손해가 났더라도 1, 2년 더 두고 보지 않고 지금 태양광 사업을 접는 것은 정부나 언론에 시그널을 주려는 것은 아닌가? 태양광 발전의 실체 그리고 탈원전 정책에 대한 한전의 불편한 심기를 알리는 것은 아닐까?

한전이 조만간 전기요금 체제개선안을 마련해 이사회에 상정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전기요금 체제개편안의 골자는 연료비를 연동하겠다는 것이다. 즉 연료비가 올라가면 전기요금을 올리고 연료비가 낮아지면 전기요금을 낮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기요금 체제개편이 필요한 것은 누가 봐도 에너지전환정책 때문이다. 한전이 증가하는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짚어보자.

첫째, 2017년 에너지전환정책(탈원전 정책)이 발표됐을 때 탈원전 NGO(비정부기구)와 이를 따르는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라는 주장을 했었다. 물론 전기요금 인상이 ‘당분간 없다’, ‘현 정부 내에서는 없다’라는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가면서 한 얘기다. 소가 웃을 말이다.

한전이 킬로와트시(kWh)당 50~60원 하는 원자력 전기와 70~80원 하는 석탄 전기를 사다가 110원에 팔면서 남는 이윤으로 120원짜리 액화천연가스 발전전기와 200원이 넘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준 것인데 전력비율 33%인 원자력과 37%인 석탄을 없애고 액화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전기로 채우면 전기요금이 약 3배로 오를 것은 초등학생이라도 계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단체들은 ‘전기요금이 맥주 한잔 가격 정도 오른다’는 식의 거짓말을 해왔다. 한전은 대통령의 정책이니 뭐라고 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속만 끓였을 것이다.

둘째,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하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힌 것이다.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이유가 연료비에 따라서 전기요금이 연동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주식투자에 있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물시장의 가격이 올라가서 전기요금이 연동돼야 한다면 에너지 정책을 뭐하러 수립하겠는가?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한다는 말은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최근 한전은 3년 연속 적자로 인한 신용도 하락에 직면하고 있다. 한전이 인정하는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실패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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